입동이 지났다. 서민들은 겨울나기 준비에 마음이 바빠진 계절이다.올 겨울 김장은 얼마나 해야 할 것이며 연탄은 어디에 얼마나 들여 놓을 것이며 배추 값과 양념값은 또 얼마나 비싸지려는지 엄동을 지나기까지 먹고 살 걱정에 여념이 없을 터이고 추수가 끝난 들판에는 스산한 바람에 채 물들지도 못하고 떨어져 딩구는 낙엽을 맞으며 봄이 다시 찾아오길 기다려야 할 때다.이와는 달리 어깨에 깁스를 하고 목에 힘을 주며 호의호식하던 사람들이 혹독한 칼바람의 겨울을 보내야 할 사람들이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에 연루된 사건 속의 인물들이다. 경주 최 부자 댁의 300년을 이어온 부와 가문의 역사를 가늠하는 여석가지 가훈 중에 그 첫 번째가 과거에는 응시하되 진사 이상의 벼슬은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옛 선인들은 권력에 가까울수록 형틀에 가깝다고 늘 입버릇처럼 후세들에게 가르쳐 왔다. 이 얘기는 언제 생각해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가르침이다.우리나라의 역대 대통령들은 보면 초대 이승만 대통령은 4.19를 맞았고, 장면 정권은 5.16을 맞았으며 박정희 대통령은 10.26을, 전두환은 5.18을 노태우는 6.10항쟁,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은 아들들 때문에 눈물을 흘려야 했다.그뿐인가 노무현 대통령은 형 건평씨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 또한 형님 때문에 만사형통 대통령으로 슬픈 기록을 남겼다.이제 박근혜 대통령은 사제나 연인관계도 아니요 혈육이나 학연관계도 아닌 막나가는 한 여인에게 의지했던 것은 권력자의 남모르는 고독 때문이 아니겠는가.그 고독에 감정적 고립감을 해소하고 알 수 없는 것에 대해 결정해야 할 때 유일하게 의논할 수 있는 사람이 최순실이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너무 관대한 망상일까?최순실의 아망이 사리사욕에서 나온 것이던 중년 아줌마의 수다에서 나온 것이든 그 어떤 것이었던 고독한 권력자의 빈 가슴과 머릿속을 채우게 됨은 비극이었다.정치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며 대통령이라고 다 알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기에 간신과 충신을 가릴 줄 알아야 될 것이며 국정에 필요한 요소요소마다에 지식을 가진 이들을 골라 쓸줄 알고 어떤 말이 잘못된 것인지는 가릴 줄 아는 능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공허한 머릿속을 사욕에 어두운 자들의 아첨과 아부하는 이들의 달콤한 감각으로 채운다면 끝내 슬픈 운명에 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대통령의 잘못이 무엇보다 클 수밖에 없다.그러나 이베 박 대통령의 수족 최순실과 안종범, 정호성 등 몇몇은 이미 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고 있다. 국민들의 의혹을 해소하기에는 아직 미흡한 수준이지만 국가의 장래를 생각한다면 좀더 참고 기다려보는 것도 성숙한 국민으로서의 미덕이 아니겠는가?최순실은 대통령이 먼저 의견을 물어 와서, 안종범과 정호성은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심부름 했을 따름이라고 배신의 일성으로 국민과 대통령으로부터 실망을 더해주고 있다.대통령의 심부름꾼이었다면 그들은 허수아비요 아첨자요 직무유기라는 더 큰 죄과를 치러야 됨을 알아야 한다. 수사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인 이재만, 안봉근 전 비서관도 모진 칼바람을 피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검찰에 출두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가뜩이나 성난 민심에 기름을 퍼부었다. 검찰에 들어서면서 고압적인 자세로 한 여기자의 날카로운 질문에 두고 보자는 식으로 노려보는가 하면 둘러싼 기자들에게 “들어갑시다”라며 적반하장의 여유를 부려 아연질색하게 했다.그렇지 않아도 황제소환이라는 의혹을 받은 그가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여유 있게 팔짱을 끼고 후배검사와 직원들이 다소곳이 손을 모으고 있는 사진이 누가 검사이고 누가 피의자인지 눈을 의심하게 했다.이에 김수남 검찰총장이 나서 우 전 수석의 직무유기까지 조사하라고 지시했으니 그의 앞날이 주목된다. 이런 대통령의 수족이라는 자들을 본다면 대통령 또한 피해자요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이렇게 난감한 고독을 4년 동안 감춰왔다니 그 고독이 더 이상 나라를 욕되지 않게 우리가 나서서 지혜와 슬기로 도와주자.여기서 더 이상 대통령을 헐뜯고 끌어내리려 한다면 우리국민 스스로에게도 결코 이로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더 큰 불행은 막아야 한다. 국제적으로도 어려운 시기다. 국격도 생각해야 한다.박진성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