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년 전 미국역사의 큰 획을 긋는 사건이 터졌다. 1972년 미국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터진 워터게이트 사건(Watergate scandal) 이다. 사건은 재선에 나선 공화당 닉슨 대통령 후보가 야당후보의 정보를 빼내려다가 적발되면서 일어났다.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 37대 대통령 리처드 닉슨이 재임에 성공하지만 2년 뒤인 1974년 8월 9일 스스로 자리에서 내려오게 된다.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유일한 미국 대통령으로 기록을 남겼다. 당시 상황을 재조명하면 이렇다. 닉슨은 대통령 재임시절인 1969년 베트남전 철수를 골자로 한 ‘닉슨 독트린’을 선언하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자국민과 전쟁에 지친 세계인들의 지지 얻었다.또 1972년에는 ‘핑퐁외교’로 중국 문호를 개방하면서 냉전시대 `대화의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그침 없는 그에게도 정권말기 어김없이 `레임덕`이 찾아왔다. 재선에 초조해진 그는 야당 후보자 정보를 빼내기로 마음을 먹으면서 스텝이 꼬이기 시작했다. 대선을 앞둔 1972년 6월 그의 지시로 민주당 선거본부에 도청장치 설치를 시도하다 발각된 것이다. 당시 민주당 선거본부가 있던 `워터게이트`호텔에서 일어났다. 사건 초기 워싱턴 포스트를 비롯한 몇몇 언론이 진실을 알렸지만, 선거에는 큰 효과를 얻지 못했다. 선거캠프를 노린 단순범죄로 치부됐기 때문이다. 그런 사이 닉슨은 미국 50개 주 중 49개의 지지를 받으며 재선에 성공했다. 이는 미국 대통령 역대 선거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이다. 그러나 사건은 닉슨이 재임된 1973년 이후 재판과 언론 등을 통해 백악관이 개입한 정황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커져갔다.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던 범인이 CIA요원이었고 닉슨의 측근들이 연루됐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닉슨이 사건을 무마하려 애썼지만 역부족이었다. 닉슨은 1년 만에 처음으로 사건을 시인하면서 “자기에게 충성하던 부하들이 자신 모르게 한 개인적인 일” 이라고 선을 그었다.그러나 사건은 측근들의 양심 고백이 잇따르면서 변곡점을 맞게 된다. 여기에 입막음용으로 백악관에서 돈을 줬다는 딘 보좌관의 폭로로 여론은 급속히 악화됐다. 닉슨은 당연히 이를 부인하면서 적극 방어에 나섰지만 진실공방은 오래가지 않았다. 대통령 집무실의 모든 대화는 자동으로 녹음이 된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법원은 백악관에 녹음테이프 제출을 요구했고, 닉슨은 대통령 직무수행 중 대화는 `대통령의 특권` 이라며 테이프 제출을 거부하면서 공방이 벌어졌다. 이 와중에 닉슨은 또 다른 만행을 저지른다. 사건을 은폐, 축소하기 위해 법무장관을 비롯해 장차관, 검사 등에 압력을 넣으면서 모조리 해임 내지 사표를 받게 만든다. 이런 닉슨의 모습에 여론은 걷잡을 수없이 악화되면서 총체적인 난국을 맞게 된다.급기야 1974년 3월 닉슨의 측근 7명이 검찰에 기소됐고, 5월에는 상원의원이 주최하는 워터게이트 청문회도 열린다. 이 과정에서 워터게이트뿐만 아니라 여러 도청 활동과 문서 위조, 매수 등의 불법사례가 밝혀졌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하원에선 곧바로 그해 7월 닉슨의 탄핵소추안을 가결 시켰다.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야당 정치인에 대한 불법조사, 국세청을 이용한 야당 정치인 조사 등 총체적인 권력남용 혐의다. 탄핵이 확실시되자 닉슨은 1974년 8월 8일 `최악의 대통령`이란 오명과 함께 스스로 자리에서 내려왔다. 결과적으로 사건을 덮으려고 한 닉슨의 거짓말이 ‘화(禍)’를 부른 셈이다. 지금 대한민국이 전대미문의 스캔들로 위기를 맞고 있다. 최순실의 전방위적인 국정농단이 불거지면서다. 소위 말하는 최순실 게이트다. 미르재단, K-스포츠의 설립과정에서 기업들로부터 780억원을 모금하면서 불거진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최순실의 국정농단은 대통령 연설문 수정 논란으로 이어지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고개를 숙였다. 봉건시대에나 있을 법한 전대미문의 스캔들을 접한 국민들은 실망과 허탈감을 넘어 분노에 휩싸였다. 대통령도 지지율이 5%로 추락하면서 모든 동력을 잃었다. 사실상 국민들로부터 탄핵 받은 상황이다. 이제 남은 것은 `必死則生, 必生則死`이다. 죽고자 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는 의미다. 현재 놓여 있는 상황을 덮으려고 해서도 안되지만 어떤 꼼수로도 덮을 수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해법은 ‘정공법’ 밖에 없다. 모든 진실을 솔직하게 남김없이 고백한 후 그 판단은 국민에게 맡겨야 한다. “조선인은 훔치고 거짓말하며 속이는 경향이 아주 강하다. 믿을 만한 사람들이 되지 못한다. 남을 속여 넘기면 그걸 부끄럽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아주 잘한 일로 여긴다.” 조선의 존재를 유럽에 최초로 소개한 `하멜표류기` 중 일부다. 네덜란드인의 눈으로 바라본 조선의 실정이 그러했다. 현시점에서 되새겨볼 의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