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의 가을> 오현정행주산성 들녘에서고구려 남자(男子)가 추수를 꿈꾼다그 많은 시련을 다 넘어 여기 와 농사지어 자식을 키웠으니올해 남녘의 모진 장마를 겪어내고까치가 물어오는 고향 소식 되묻는다고구려 사나이 장수왕은고봉산에서 승전보를 고했는데북녘 벌거숭이 친구들은 다 뭐하는지오늘 우리는 통일을 논할 때가 아니냐내년 추수시절은 남북이 함께풍년을 노래하면 얼마나 좋을까시의 산책로-행주산성(幸州山城)과 고봉산은 휴전선 바로 아래에 있다. 즉 경기도 고양시 덕양산에 행주산성이 있고 그 옆에 고봉산이 자리한다. 이 시(詩)에서, 고구려는 ‘고구려 시대의 영토’를 가리킨다. 지금으로선 북녘 땅과 압록강 이북 지역이 해당하는데 시의 맥락상 북녘 땅에만 한정시킬 필요가 있다. 이에 기준하여 ‘고구려 남자’라면 북녘에서 월남(越南)했거나 탈북 혹은 귀순한 남자이다. 남녘에서 농사를 지을 남자라면 북녘에서도 어지간하면 농사를 지었을 법하다. 북녘에서 내려와 이곳에서 가을을 맞는 그의 심사(心思)는 어떨까. 계절의 변화는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달리 다가올 수 있지만, 기본적으론 그 어느 곳이나 같은 것이다. ‘이 남자’가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몸부림치게 됨은 자명한 일이다. 시의 화자(話者)는 ‘오늘 우리는 통일을 논할 때가 아니냐’고 말한다. 분단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로서는 항상 통일에 대한 논의를 요구받는다. 통일에 대한 담론(談論)을 늘 현재형으로 쏟아내야 하는 것은 동족(同族)인 우리들에게 안겨진 사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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