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모니는 8만4천의 설법을 펼쳤으면서도 "한마디도 설한 바가 없다"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
이는 깨달음의 경지가 지극히 오묘해 인간의 언어로는 표현하기 불가능하며, 결국 무수한 법문도 하나의 방편에 불과하다는 점을 가르쳐준다.
불상 조각도 불교 진리를 표현하는 하나의 방편이다. 부처의 심오한 진리를 표현하고 전달한다는 점에서 조각은 언어보다 훨씬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부처의 진리는 오직 손(手印)을 통해 표현되고 전달된다.
한 손으로 땅을, 다른 한 손으로 하늘을 가리키는 탄생불의 수인은 생명의 존엄성을 선언한 것이다. 결가부좌한 상태에서 오른손을 무릎 밑으로 내려 땅을 가리키는 항마촉지인은 깨달음 직전 악마들의 강한 유혹에 대한 굳센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오는 17일부터 6월 6일까지 강남 봉은사 미륵전과 미륵대불 주변에서 열리는 부처님 오신 날 특별전 `부처님의 손`은 불교 문화재의 아름다움과 함께 부처의 손에 담긴 미학적 가치를 강은교·김광규·김기택·김용택·도종환·문정희·안도현·오세영·유안진·이근배·이문재·정현종·허만하 등 시인 19명의 글을 통해 다시 음미해 볼 수 있는 자리다.
전시되는 작품들은 생전에 20여 권의 사진집을 출간했던 관조(1943-2006) 스님의 유작 중에서 20여 점을 엄선한 것이다.
경주 굴불사지 적조사면불 약사여래좌상을 비롯해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 강릉 신복사지 석조보살좌상 등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불보살의 수인을 촬영한 사진들이다.
전시회를 주관하는 관조스님 문도회는 "삼국시대부터 고려시대에 결친 우리나라 불교 수인의 아름다움을 소개하고자 했다"면서 "관조스님이 추구했던 `사소하고 작은 것을 통해 전체를 보고자 한 화엄세계(一微塵中含十方)`의 정신을 관람객들에게 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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