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빈곤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생각 밖으로 피상적이어서 현실과 괴리가 있진 않을까? 미국 MIT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는 두 교수가 빈곤의 비밀을 새로운 시각으로 파고들었다. 아비지트 배너지와 에스테르 뒤플로 교수는 저서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로 빈곤 문제를 통찰한다. 복지 논쟁은 한국에서도 뜨겁다. 그러나 빈부격차는 갈수록 더 벌어지고 그 인식도 천양지차다. 소리만 요란할 뿐 현실은 탁탁하기 그지없다. 뭔가 잘못돼 있는 것이다. 저자는 걸인에게 동전 한 닢 던져주는 식의 선심성 이벤트로는 진정한 복지를 구현하지 못한다고 강조한다. 그와 같은 1차원적 복지정책으로는 빈곤의 고리를 끊기는커녕 가난의 악순환만 부른다는 것이다. 게다가 빈자는 보는 시선마저 부정적이며 싸늘하다. 당사자가 게으르고 어리석어서 그렇다는 것이다. 개인책임을 강조하는 자업자득의 논리다. 그러니 도와줘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저자들은 가난한 사람들의 현실, 생각,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면 빈곤 해결도 없다고 단언한다. 그들은 비합리적이거나 게으르지 않으며 무능력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빈곤층은 오히려 가진 것이 적기 때문에 뭔가를 선택할 때 훨씬 더 신중하게 행동한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가장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움직인다고 역설한다. 예를 들어보자. 가난한 사람들은 아이를 많이 낳고 아들을 선호한다. 세상은 그들이 자식을 너무 많이 낳아 교육과 보건에서 충분한 투자를 못 하고 그 결과 가난이 대물림된다고 안타까워한다. 하지만 저자의 판단은 다르다. 대부분의 개발도상국에서는 안정 노후를 준비하기 어려운 사회환경 때문에 자식이 많아야 노년기에 기댈 곳이 하나라도 더 생긴다고 여긴다. 아들을 선호하는 것도 그 경제적 가치가 딸보다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가난의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 그 신중한 행동과 합리적 판단이 되려 가난으로 몰아가는 족쇄 구실을 한다고 안타까워한다. 가난한 사람들은 미래의 큰 이익을 위해 당장 감수해야 하는 작은 손해를 회피하는 허점 때문에 잘못된 선택을 할 뿐이라는 것. 예컨대, 말라리아를 예방할 수 있는 모기장을 사용하면 아이의 미래 소득이 평균 15% 증가하는데도 부모가 모기장을 구입하지 않는다. 빈곤을 근절한 마법의 탄환이나 만병통치약은 없으나 가난한 사람들의 현실과 특성을 이해한다면 그들이 빈곤에서 돌아서는 단초가 될 수 있다고 저자들은 강조한다. 가난한 사람들은 결정적인 정보가 부족하거나 그릇된 정보를 진실이라고 믿는 경우가 많다. 사소한 부분에서도 혼장 감당해야 하는 나머지 자신에게 불리한 결정을 하는 경우 또한 흔하다. 일부 시장이 가난한 사람들을 아예 외면하거나 받아들여도 터무니없는 가격을 부과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결국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현실적 조건을 좀더 깊이 들여다보고 공감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며 이들을 제도적으로, 관행적으로 좀더 공평하고 자유롭게 해주려는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생각연구소. 396쪽. 1만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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