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탄생 이후 지금까지 예수를 제외하고 가장 중요한 인물로 바울을 꼽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바울은 신약성경 27권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3권을 쓰고, 지중해 일대를 누비며 로마 제국 곳곳에 복음을 전파했다.
만일 그가 아니었다면 기독교가 2천년을 이어오며 오늘날 인류의 3분의 1이 신봉하는 세계의 으뜸 종교가 될 수 있었을까.
수많은 크리스천이 바울의 서신을 바이블로 삼아 기도와 묵상을 바쳤고, 그의 길을 따라 전도여행을 떠났다. 지금은 서양 선교사들이 해온 일을 우리나라 선교사들이 대신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가운데 과연 얼마나 많은 수효가 바울의 참뜻을 깨닫고 있을까.
`소설 바울`을 펴낸 강철근은 이 같은 의문에서 출발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바울의 신학을 논하고 그의 생애를 더듬은 책은 넘쳐나지만 인간 바울을 제대로 이해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사도 바울은 범인들이 감히 올려다볼 수 없을 만큼 영성 충만한 성인으로 추앙받는다. 그러나 그 역시 예수가 메시아라는 사실을 부인한 의심 많은 인간이었으며, 온갖 박해 속에서 끊임없이 고통스러워하고 번민한 나약한 존재였다.
저자는 그런 그가 어떻게 하늘의 목소리를 듣고 신을 영접하게 됐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견고한 유대적 장벽이나 교묘한 이단과 싸워가며 신학을 확립할 수 있었는지, 초인적으로 전도여행과 서신 집필을 해낼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은 무엇인지 소설로 풀어낸다.
이야기는 소아시아 다소의 원형경기장에서 어린 소년 사울 2세가 미트라교 제례 의식을 지켜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황소를 죽여 피를 몸에 바르는 군중을 보며 아버지가 혀를 끌끌 차자 로마 시민의 자부심으로 가득했던 사울의 가슴 한쪽에는 의문이 싹트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유대교를 신봉했기 때문이다.
사울은 아버지의 뜻에 따라 예루살렘의 바리새파 학교에 입학해 건실한 청년으로 성장한다. 그러나 유대 라비가 되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희망과 달리 사울은 넓은 로마 제국에서 활동하는 것을 꿈꾸고 있었다.
사울이 예수를 만난 것은 예루살렘 근처의 작은 야산이었다. 그의 설교를 먼 발치에서 본 사울은 그가 유대민족을 분열시킬 위험인물이라고 간주하고 신성모독으로 고발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처형된 뒤 알 수 없는 일이 일어난다. 그가 부활했다는 소문이 돌고 오히려 추종자가 늘어난 것이다. 더욱이 둘도 없는 친구 스테반이 순교하자 사울은 친구를 죽음에 이르게 한 예수의 잔당을 모두 추적해 없애기로 결심한다.
예수 추종자가 가장 극성스러운 곳으로 알려진 다마스쿠스로 향하던 중 사울은 하늘에서 강한 빛이 비치는 것을 느낀다. 귓가에는 예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너를 선택하였다. 너는 나를 증거하라. 가거라, 세상 속으로. 지상의 끝까지 나를 알려라."
사울은 자신도 모르게 "예. 주님 그렇게 하겠나이다"라고 대답한다. 예수의 부름을 받은 사울은 이름을 바울로 바꾸고 사역에 나선다.
강철근은 문화체육관광부 관료 출신의 한류 전문가. 중앙대 한류아카데미 원장을 지냈고 현재 한류문화연구원장과 한류국제문화교류협회장으로 재직하며 관련 서적도 여러 권 펴냈다.
`소설 바울`은 홍길동을 실존인물로 묘사한 장편 `사람의 나라`(2010년)에 이어 그가 선보인 두 번째 장편이다. 남양미디어. 380쪽. 1만3천원.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