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장맛요?”“일단 손맛이죠. 지역마다 효모균이 달라요. 특히 재료에 손이 어떻게 묻어 나오냐에 따라 맛도 달라진다는 거예요. 당연히 정성도 포함될 거고요.”“이 많은 장이나 장아찌를 누가 만드냐고요?”“모두 저희 어머님께서 손수 만드세요. 3대째 이어오는 전통장의 전수자시죠.. 전 4대째고요.”이렇게 전통장에 대한 철학을 술술 풀어내는 이는 ‘범촌식품’의 이동욱 대표그는 어머니에 이어 포항지역에서 4대 째 각종 전통장을 만들어 오고 있다.그가 직접 장을 만든 다기 보다는 모친이신 하미연 회장이 손수 제조를 이동욱 대표는 마케팅을 맡고 있다는 말이 정확할 것이다범촌식품이 만드는 장(醬)은 그 종류만 해도 수십 가지가 넘는다. 대표적 상품으로는 대게장과 송이버섯 등 각종 장아찌, 가자미 밥식해 등이 있다. 그중 된장이나 고추장은 수십 년 묵은 것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기본이 100년 정도는 돼야 “고놈 맛 좀 내겠구나.” 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뛰어난 품질 덕분에 현재는 포항의 대표 브랜드인 ‘영일만 친구’ 로고를 달고 판매되고 있고 전국의 대형 백화점과 할인마트에 입점 되어 있는 것은 물론 TV홈쇼핑 회사와 계약을 마무리하고 방송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하미연 전통장전수자가 고향인 포항에서 각종 장류(醬類)를 만들게 된 유래는 멀리 고려시대 말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 회장은 “이 같은 장들이 지금까지 전해져 오는 건 포항에 사시던 제 윗대 선조이신 진주 하씨의 한 장군이 고려 공주와 결혼 하면서 부터로 알고 있어요. 그때 공주와 함께 온 수라간 상궁들이 포항에서 난 재료들로 음식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수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전통이 이어져 오고 있다고 어른들께 전해 들었어요.”고 말했다.하회장이 직접 전통장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친정어머니 때부터이다. 할머니 때부터 식당을 했다고는 하는데 정확하지 않고 어머니 때부터 식당을 시작하면서 장을 담그기 시작했다.진주 하씨 가문에서 가장 귀중한 재산인 전통장을 딸이나 며느리에게 물려주는 내력 때문에 하회장이 3대 전수자가 된 것이다.지금도 큰아들이 매운탕 식당을 운영 중인데 모든 음식에 들어가는 간장, 된장, 고추장은 모두 하 회장이 손수 만들어 낸다. 그렇게 단골손님들에게만 내오던 전통 장을 상품화 한 것은 지난 2005년 범촌식품이 만들어지면서 부터다.이후 그녀는 작은 아들인 이동욱 대표와 함께 역할을 분담해가면서 100년이 넘는 포항의 전통장을 전국에 알리는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해오고 있다.하미연 회장은 말한다.“제가 3대째 전통장을 만들어 오고 있지만 제가 혼자 이 모든 것을 해내기가 쉽지 않아요. 다른 곳처럼 기계화 설비를 갖추자는 제안도 있었지만 그러면 그건 전통장이 아니잖아요. 제가 살아서 된장, 고추장을 만들 수 있을 때 까진 핸드메이드를 고집하고 싶어요.”라고...아들인 이동욱 대표는 “지금까지 여자들만 전통 장 비법을 전수해 오고 있는데요. 제가 처음으로 전수받게 됐어요. 저도 조금씩 배우고는 있는데 쉽지는 않네요. 그리고 최고품질의 장을 전국에 알리려다보니 1분 1초가 부족할 지경이에요.”라고 말했다.또한, “마지막으로 김영란법 이후 전통 장(醬)세트 구매를 꺼리면서 매출이 많이 줄어들었어요. 저렴한 제품도 많은 만큼 지역민들이 먼저 포항의 대표상품을 구매해 주셨으면 합니다.” 라고 덧붙였다. 하미연 회장과 이동욱 대표의 바람처럼 범촌식품의 전통장이 100년, 200년 계속 이어지길 바래본다.[경상매일신문=최성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