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독도에 토끼가 날뛰던 시절이 있었다. 70년대 초 울릉경찰서에서 파견된 경찰관, 즉 독도경비대원들이 동도 정상의 막사에서 관상용, 식용으로 기르던 것을 동도와 마주 보고 있는 섬인 서도에도 방사시켰는데 천적이 없는 섬에서 무진장으로 번식해 애를 먹은 적이 있다. 특히 서도는 물골 부근 등에 풀들도 흔했을 뿐 아니라 토끼들이 굴을 지어 서식할 수 있는 지역이 많아 번식하기 안성맞춤이었다. 당시 독도나무심기를 시작했던 울릉도 청년단체 애향회는 동도에 심은 나무들이 토끼들에 의해 매년 피해를 보자 그 증거를 가지고 울릉도에 돌아와 경찰서장에게 항의하기도 했다. 경비대원들이 독도에 토끼를 풀은 이유는 당시만 해도 울릉도에서 오는 식량 등 보급품이 바다 기상으로 인해 차질을 자주 빚자 비상식량으로 대처하려는 방편이었으나 수백 마리로 불어난 토끼들로 인해 독도는 산토끼 천지였다. 이 토끼들을 당시 독도에서 어업을 하던 어민들도 심심찮게 잡아먹곤 했지만, 토끼가 독도를 점차 황폐화시키기 시작하자 관계기관들은 골머리를 앓았다. 이에 울릉경찰서는 독도경비대에 다시 지시를 내려 수시로 토끼소탕 작전에 들어가곤 했다. 지난 1988년 독도를 푸르게 한다는 취지로 독도나무심기에 본격 돌입했던 기자와 지역 선후배들은 이 토끼들 때문에 서도 물골에 심은 나무들 근처에 철조망을 치는 등 애로를 겪기도 했지만 1990년 이후부터 목격된 적이 없다. 독도에서 왕 중 왕이었던 토끼들은 그렇게 다 잡혀 나왔기 때문이다. 이후 우리가 서도 물골 쪽에 심은 나무들은 무성하게 잘 자라나 나무심기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기도 했다. 현재 울릉도에는 수천 마리의 꿩과 다람쥐가 농민을 괴롭히고 있다. 울릉군에서는 매년 엽사를 동원해 꿩 소탕에 나서고 있지만 중과부적이다. 다람쥐는 아예 손도 못 대고 있다. 애초 울릉도에는 없었던 무리지만 관상용으로 키우던 것들이 우리를 탈출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해 이제 울릉도가 꿩과 다람쥐의 천하가 됐다. 이들의 천적인 독수리, 매는 거의 없을 뿐 아니라 목격된 지도 수십 년이 지났다. 또한, 뱀은 아예 없기 때문이다. 자연 생태계는 천적들에 의해 균형과 종의 발전이 이뤄지는데 무분별한 외래종 도입은 외딴 섬에는 치명적인 독이 되는 실정이다. 울릉도에도 이젠 애완용으로 개, 조류 등을 기르는 주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가끔 관광객들도 애완동물들을 들고 오기도 한다. 관리에 철저를 기해줘야 한다. 울릉군에서도 적극 홍보에 나서야 한다. 어느 날 갑자기 나뭇가지에서 원숭이나 개울가에서 새끼악어를 마주치는 일이 없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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