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 대구점은 최근 8층 50평 규모에 새로운 문화공간인 갤러리를 열고 개관전 `그림, 시대의 얼굴`을 선보인다. 전시는 21일부터 오는 11월 16일까지 진행된다. 이번 전시는 회화의 오랜 테마인 인물화에 대한 강강훈, 권경엽, 김동유, 서상익, 홍경택 등 다섯 작가의 저마다 다른 접근을 살펴본다. 인물화의 진정한 주제는 화가와 모델의 교류, 곧 모델이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드러내는 바와 미술가가 발견하는 것의 균형이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외양을 사실적으로 닮게 그려내는 데 그치지 않고, 인물의 내면 나아가 그 또는 그녀가 속한 시대상까지도 담아내는 양방향적 행위인 것이다.
강강훈은 극사실적 기법으로 인물과 특정 오브제를 연관시키고, 과장되거나 연출된 갖가지 표정을 이끌어냄으로써 작가의 주관적 감정을 의도적으로 반영한다. 거기에는 현대사회의 속물적 세태에 대한 작가의 냉소적 시선이 자리하고 있다. 맥주캔, 헤드셋, 파이프, 카드, 담배 등 갖가지 소품들을 매치시켜 마치 몽고반점처럼 현대인의 이중적인 내면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극대화한다. 권경엽은 실제의 모델을 대상으로 삼지만, 이를 자의적으로 변형시키고 인물의 개인적 특성을 지워냄으로써 비현실적인 인물을 그려낸다. 그래서 마치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는 여성은 명료하면서도 미묘하게 다층적이다. 가장 많은 표정을 담고 있는 것이 무표정인 것처럼, 무미건조함 특유의 멜랑콜리를 화면 밖으로 발산시킨다. 김동유는 대중매체나 현시대를 포함해 역사적으로 잘 알려진 인물들을 반복적으로 소환한다. 작가의 의도된 키치와 기계적인 반복은 이미지와 의미를 증식해 나가면서 그 충돌에서 오는 예기치 못한 서사를 이끌어 낸다. 그만의 그리기 형식과 과정은 그 자체로 오늘날의 시대상을 그려내는 방법론이 된다. 서상익의 `화가의 성전` 연작은 지난 2012년 무렵 인물 표현 연구를 위해 자투리 캔버스에 자신이 좋아하는 화가를 그리면서 시작됐다. 우선 이 연작은 근·현대 회화에 대한 백과사전적 연구와 탐색이자, 작가 자신만의 오마주이고 컬렉션이다. 연작들 하나하나는 인물의 구도, 색들의 상호작용, 철학과 유희의 균형, 세계를 해석하는 입장 등의 요소들을 보다 자유롭게 수용하기 위한 작가적 고민과 수련의 흔적들이라고 할 수 있다. 홍경택의 펑크와 오케스트라를 조합해 만든 개념인 `훵케스트라` 연작은 대중음악의 선율과 리듬에서 받은 작가의 느낌을 담아내고 있다. 작가가 이해하는 현대사회란 전위, 전용, 전치 등이 뜻하는 것처럼 상반돼 보이는 요소들이 혼재하는 세상이다. 시각화된 펑크 리듬, 선율과 더불어 대중스타에서부터 해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물들이 하나의 거대한 오케스트라를 이루면서 서로 충돌하고, 어우러진다. 이는 혼돈의 카오스적 세계이고, 그럼으로써 또한 생명력의 원천으로 그려진다. 인물화에 대한 회화적 접근이 저마다 다른 것만큼, 화면에 그려진 각각의 인물들에는 그 대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주관, 세계관 등이 강하게 배어 있다. 그렇게 심혈을 기울여 그려진 인물들은 퍼즐의 조각처럼 만나 우리 시대의 얼굴 혹은 자화상이라는 하나의 큰 그림을 완성하게 된다. 전시 관계자는 "그림자체가 갖는 회화 고유의 가치를 인물을 중심으로 삼아 각자의 방식으로 구현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한다"며 "작가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회화적 언어를 통한 대상 이면의 본질적 실체를 담아내고 있다는 공동점을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경상매일신문=최보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