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오정환깜깜한 어둠덧칠된 칠흑 바다비바람의 오랜 나날까지쉼 없이 섞어 되말아 온 파도따가운 불볕 햇살 내려짜디 짠 바람으로 감싸 말릴 때보석 같은 저 알갱이 알갱이들고스란히 혀끝에 침 고일 듯아, 한 줌 눈부신 천일염시의 산책로-소금은 흔하고 비교적 값도 싸 지구촌 대부분의 지역에서 쉬이 먹을 수 있는 식품이다.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이 함부로 먹지도, 실컷 먹어보지도 못했던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아마 지리적, 기후적인 탓으로도 볼 수 있겠지만 해수(海水)를 가두어 수분을 증발시켜 염분만 남긴 채 결정(結晶)시킨 것이 소금이니, 무엇보다도 그것이 만들어지는 과정의 어려움에 그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시의 화자(話者)는 ‘깜깜한 어둠/ 덧칠된 칠흑 바다/ 비바람의 오랜 나날’이란 표현으로 천일염의 생산 과정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고 있다. 스스로도 썩지 않지만 주변의 다른 것들까지 썩지 않게 하는 힘이 있다는 것은 소금이 참으로 의미 있는 식품이자 물질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소금의 이러한 존재감보다 앞선 것은 소금이 지닌 짠맛이다. 성경(聖經)에도 소금의 비유가 나온다. 교도(敎徒)를 향해 ‘세상의 소금이 돼라.’는 가르침이 그것이다. 세상이 부패되지 않도록 저마다 사명감을 지니며 삶을 살라는 말이다. 이 가르침이 비단 기독교에만 국한될 필요는 없다. 종교를 가진 자가 아니어도,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며 저마다 적절한 맛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