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들에게 ‘포항’의 이미지를 물어보면 대부분 대표적 철강도시, 그리고 과메기, 물회 정도를 떠올린다.어찌 보면 이정도만 해도 ‘포항’이란 브랜드를 많은 사람들에게 ‘포지셔닝’ 시켜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하지만, 포항에서 문화와 역사적 인물은 누가 있냐 란 물음에는 크게 대답할 것이 없다.포은 정몽주, 석곡 이규준, 해월 최시형, 배천희 국사 등 셀 수 없이 많은 포항출신 역사적 인물들이 있지만 고향인 포항에서 조차 그들을 제대로 조명해 본적이 없다.이런 가운데 얼마 전 포항의 대표적 역사인물인 석곡 이규준 선생의 의학서 ‘神農本草(신농본초)’가 발견됐다.한의학계에서는 이미 허준과 이제마와 함께 최고의 의학자라 칭송받고 있지만 고향인 포항시민들은 그가 누구인지 잘 모르다보니 관심이 많지 않다.이 같은 이유는 그동안 포항시의 무관심도 한몫했으리라 짐작된다.이번에 발견된 ‘神農本草(신농본초)’의 정식명칭은 ‘本草經 校正(본초경 교정)’으로 고대 중국에서 출간된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을 토대로 고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것들 중 사라진 내용들을 포함시키고 중국, 한국, 일본의 약물 365종을 집대성 한 책으로 건곤(乾坤)(상하)권으로 집필된 귀중한 한의학서(韓醫學書)이다.또한, 이 책은 석곡의학의 기본이론을 엮은 의감중마(醫鑑重磨), 처방과 진단을 제시한 소문대요(素問大要)와 함께 석곡 3대 의학 저술로 이론과 처방, 약물 사용으로 이어지는 석곡의학의 완성을 위한 주요자료로 평가받고 있다.이와 함께 한의학의 약물서적으로 세종시대에 집필된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과 중국의 대표약물서적인 ‘본초강목(本草綱目)’이후 동양의 모든 약물을 집대성한 한의학(韓醫學)의 유일한 약물대백과 사전이라고 할 수 있다.특히 이 책이 석곡 이규준선생의 저서로 확실시 되고 있는 이유는 한국의 대표적 의학자인 김두종 선생의 1966년 저서 ‘한국의학사’에서 “석곡 저술가운데 본초 2권이 있다”고 제시하고 있고 ‘본초경 교정’ 본문에서 지은이가 직접 “내가 소문대요란 책을 부탁받아 쓴 적이 있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이 중요한 자료가 지금까지 발견되지 못한 이유는 석곡의 다른 책과 같이 정식 출판된 적이 없는데다 필사본으로 존재하고 있어 석곡선생 제자들과 일부에서만 사용돼 왔고 지금까지 누구의 저서인지도 모른 채 후대에 전해져 왔기 때문으로 추측된다.문제는 이 책이 최근에 발견된 건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 한의학연구원 안상우 박사가 2014년에 발견해 포항 등 학술회 등에서 발표했지만 포항시에서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석곡 도서관을 세우는 등 외형에만 치우친 나머지 석곡의 중요한 자료는 등안시 한 것이다. 또한, 석곡의 서적을 펴냈던 목판본도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않아 현재 문중의 창고에서 방치되는 등 그동안 조선 최고의 의학자 석곡은 고향에서는 찬밥 신세였다.하지만, 얼마 전 안박사가 이강덕 포항시장을 만나 석곡이 저술한 책들을 복원해 ‘석곡전서’를 만들고 정기적 학술세미나를 개최하자는 의견을 나눈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아직 늦지 않았다. 석곡 이규준 선생을 비롯해 포항을 대표하는 인물들을 다시 한번 재조명하고 그들의 업적을 후세에게 고스란히 전해주는 것 바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경상매일신문=최성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