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있음에> 박재우길을 가다가 낯익은음악소리에 걸음을 멈추고한참을 듣는다옛날은 가고 또 그 옛날은어디쯤에서 나를 부를까세월의 언저리에 묻어있는그대의 향기가 몰려온다한 겹 한 겹 쌓인 세월의 책갈피를 들춰보며아득한 날의 그리움을들여다보며 눈시울 붉히며또 한참을 웃는다내 눈이 머무는 곳에 그대가 있음에 같은 존재와 같은 의미를나누는 기쁨이여!시의 산책로-일상에서 우리는 종종 느닷없이 옛 일들을 떠올리게 된다. 그런 일들은 길을 가다가도, 음악을 듣다가도 우리들 마음 한쪽을 사로잡고 만다. 이들의 정체는 평소에 가슴속에 고요히 누워 있는 작은 기억들이다. 기억들은 우리들 내면에 드리워져 있는 희미한 그림자이며, 작은 동기(動機)로 인해 언제든지 발화(發火)된다. 오래된 상처가, 사랑의 한때가, 어떠한 격정이 외부로부터의 작은 자극으로 인해 한순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우리 일상을 흔들고 만다. 사람에게 이성(理性)과 지성(知性)이 있지만, 원초적으로 주어진 ‘본능과 감정의 촉수’를 다 억누를 순 없다. 시의 화자(話者)는 인생을 긍정하는 따뜻한 시각을 지녔다. 타오르는 추억을 수용하며, 현실에서도 항상 자족하는 자세를 취한다. 이는 결국 시인이 지닌 따뜻한 인간애가 화자의 입을 빌려 ‘그대가 있음에/ 같은 존재와 같은 의미를/ 나누는 기쁨이여!’라고 말하게 한다. 사랑의 기쁨은 시간이 흘러도 고귀한 것이라는, 시인의 선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