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더웠던 지난여름 우려했던 전기요금 폭탄이 현실로 다가 왔다. 실제 지난 8월 전기요금 뚜껑을 열어본 결과 7월보다 많이 낸 가구는 1,628만4000가구로 나타났다.전체 2200만 가구 중 약 74%에 이른다. 이들 가운데 871만 가구가 전달보다 50%이상 더 냈다. 금액으로는 전달보다 60만2000가구가 10만원 이상 늘어났다. 이 중 30만원 이상 전기요금을 더 낸 경우도 4만 가구나 된다.때문에 지난 8월 가정용으로 거둬들인 전기료만 1조원에 이르는 등 한전은 올해 무려 15조 가량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이런 현상은 사용량이 많아지면 누진율이 최대 11.7배나 높아지는 `징벌적 요금제도` 때문이다. 전기요금 누진제는 1974년 12월 도입됐다. 1970년대 초 석유파동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전기의 소비절약을 유도하자는 취지에서다. 이는 주택용만 적용된다. 도입 초기 3단계 구간과 1.6배 누진배율로 시작한 누진제는 2007년 6단계로 변경한 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1단계는 전기 사용량 100kwh이하며, kwh당 요금은 60.7원이다. 이에 반해 6단계(500kmh 초과)는 kwh당 709.5원으로 급격히 높아진다. 6단계 요금이 1단계 요금보다 11.7배나 비싼 구조다.반면, 상가에 적용되는 일반용은 kwh당 105.7원, 산업용은 81원으로 사용량에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부과되고 있다. 가정에서 kwh당 125.9원인 2단계(200kwh 이하)만 넘어서도 일반용과 산업용보다 비싸게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결론이다. 이처럼 가정용 전기료를 마구 거둬들인 결과 한전 등 5개 전력 관련 공공기관들은 2013년 이후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는 것이다.윤한홍 의원이 한전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전기료 인상과 국제유가 급락이 동반되면서 한전의 당기순이익이 흑자로 전환됐다. 이 기간 당기순이익 증가율은 전력거래소 38.9%, 한전KPS 61.0%며, 한전KDN은 무려 273%에 달한다.결론적으로 2011~2015년 동안 한전 등 5개 전력 관련 공공기관의 부채비율은 거의 모두 100% 이하 수준에서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었다.공공재를 다루는 국가기관 산업으로서는 이례적이다.전기는 공공재다. 특정인의 소유나 전용물이 아닌 공기와 물과 같이 국민 누구나 사용해야하는 재화다. 일반용과 산업용 전기를 원가 이하로 공급하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때문에 한전은 이윤을 낼 수 없는 구조가 정상적이다. 그런데도 한전이 천문학적인 이윤을 남긴다는 것은 뭔가 크게 잘못됐다. 한전은 지난해 11조원의 영업이익을 남겨 2조원 가량을 주주들에게 배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정부가 1조원 가량을 챙겼고, 외국인 주주에게도 6,000억원이나 돌아갔다. 서민의 호주머니를 털어 정부와 외국기업 배만 불린 격이다.게다가 한전 직원들은 1인당 2000만원 수준의 성과급 잔치마저 벌렸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공기업 정상화라는 명분 아래 경영실적만 중시한 정부 정책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더군다나 전기료를 시장 가격 원리로 접근해서도 안된다. 이제 한 달 후면 겨울이다. 서민들은 여름 전기료폭탄 휴유증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난방 전기료 폭탄을 걱정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비상식적인 누진제의 개편논의가 답보상태다.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국민의 여론이 잠잠해졌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말로만 외치는 ‘민생’은 더 이상 안된다. 국민의 인내도 한계에 다다랐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한전의 자구책이 어려우면 정부와 국회가 본격적으로 나서면 된다. 부디 애면글면 살아가는 서민들이 올겨울 난방 전기료 폭탄 걱정은 하지 않도록 하길 바란다.
[경상매일신문=노재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