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의 터널 같은 유별스러운 폭염으로 기진맥진하던 지나간 여름날을 보상이라도 하듯 제법 선선한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아침저녁이다. 가을은 풍요로움의 대명사요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함을 느끼게 하는 절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올 가을은 우리들의 마음을 스산하게 한다.원망스럽던 따갑던 햇살에 비해 풍작을 이루긴 했으나 쌀값폭락으로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올해 산지 쌀값은 지난해 이맘때보다 15% 정도 내려 80kg 한가마당 소비자 가격이 20년 전보다 더 낮아진 것이다.최근 농림축산식품부가 집계한 전국 산지 쌀값은 80kg 기준으로 13만5천544원으로 지난 1996년 평균 13만6천713원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지역 군소정미소나 미곡종합처리장((RPC) 등에 쌀을 판매하는 쌀 생산농가에서는 불과 가마당 10만원 안팎의 가격을 손에 쥐는 실정이다. 이렇게 한 해 동안 공들여 농사를 지어 풍작을 이루어도 쌀값이 폭락해 손해를 무릅쓰고 팔수밖에 없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쌀값하락으로 농민들을 길거리로 내모는 일이 벌어지지나 않을지 심상찮다. 정부는 지난달 수확기 쌀 수급안정대책을 발표하고 올 연말까지 공공비축미 36만t, 해외공여용 3만t 매입을 추진하고 관련제도 개선도 병행할 예정이라고 밝힌바 있다.특히 공공비축미 우선 지급금 수준은 과거 결정방식, 쌀값동향, 환급가능성 등을 감안해 조곡 40kg당 4만5천원 수준으로 잠정 결정했으며 RPC가 벼를 매입할 수 있도록 정부가 1조2천억 원을 농협이 1조3천억 원을 추가 지원키로 했다.쌀값하락의 원인으로는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이 1970년대 136.4kg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62.9kg으로 반으로 줄었기 때문이다.이에 따라 쌀 재고량이 급증했을 뿐만 아니라 지난 2013년부터 올해까지 4년째 풍작이 이어지면서 쌀 생산량도 평균 이상 웃돌아 흉작이었던 2012년 401만t 이후 지난해까지 매년 420만t을 넘겼기 때문이다.올해 쌀 수확량도 예년과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정부는 내다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생산농가에서는 국내 쌀 재고량 증가에도 정부에서 쌀 수입량을 지나치게 늘렸기 때문이라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 제보하기
[메일] jebo@ksmnews.co.kr
[카카오톡] 경상매일신문 채널 검색, 채널 추가
유튜브에서 경상매일방송 채널을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