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십자로, 아프가니스탄의 찬란한 고대 문화를 만난다.국립경주박물관(관장 유병하)은 특별전 `아프가니스탄의 황금문화`를 27일부터 오는 11월 27일까지 특별전시관에서 연다. 이번 특별전은 국립아프가니스탄박물관의 소장품 223건을 중심으로 고대 아프가니스탄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한다.지형적으로 유라시아 대륙의 한가운데 위치한 아프가니스탄은 서쪽의 유럽, 동쪽의 중국, 남쪽의 인도를 연결하는 문명의 교차로이자, 실크로드의 요충지였다. 토착적 요소와 외래적 요소가 상호 융합해 탄생한 아프가니스탄의 고대 문화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변 지역의 문화연구에도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크게 4부로 구성돼 있으며 테페 푸롤(Tepe Fullol), 아이 하눔(Ai Khanum), 틸리야 테페(Tillya Tepe), 베그람(Begram) 등 네 곳의 유적지를 시기별 흐름에 따라 보여준다. 1부에서는 기원전 2천년 경 청동기시대 유적인 테페 푸롤을 소개한다. 해발고도 3천 미터가 넘는 험준한 산에 둘러싸인 이 지역은 비옥한 경작지이자, 청금석의 주요 교역지로 큰 번영을 누렸던 곳이다. 현재 출토된 황금잔의 기하학 무늬와 동물의 표현 등에서 메소포타미아 문명이나 인더스 문명과의 교류를 짐작해 볼 수 있다.2부에서는 기원전 4세기 마케도니아의 군주 알렉산드로스의 동방원정 이후 세워진 아이 하눔 유적을 소개한다. 옥수스 강 유역에 위치한 이 도시 유적에서는 그리스 도시의 전형적인 요소들뿐만 아니라 그리스 문자나 신화의 내용도 고스란히 발견됐다. 인도에서 난 상아로 만든 전래품도 발견돼 이 지역의 국제성을 보여준다. 건축에서는 페르시아적 요소가 사용되는 등 그리스 문화와 오리엔트 문화를 혼합한 헬레니즘 문화의 특징을 보여준다.3부에서는 황금의 언덕이란 뜻의 틸리야 테페 유적과 황금 문화유산인 그 발굴품을 소개한다. 지난 1978년 소련의 고고학자 빅토르 사리아니디의 발굴로 세상에 드러난 이 유적은 당시 이집트의 투탕카멘 발견에 버금가는 중요한 성과로 주목받았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또 6호 무덤에서 여성이 쓴 채로 출토된 금관은 일찍이 신라 금관의 기원 연구 등에서 큰 관심을 받아 온 것으로 이번 전시에서 특히 주목받는 전시품이다.
4부에서는 쿠샨 왕조의 여름 수도로 번영했던 베그람 유적을 소개한다. 베그람은 7세기 중국의 승려 현장이 기록한 카피시국의 도읍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1세기경으로 추정되는 궁전터에서 많은 양의 유리기, 청동기, 석고, 칠기 등 다채로운 문화유산이 출토돼 각각 인도, 로마, 그리스, 이집트, 중국 등의 영향을 보여준다. 실크로드와 해상무역으로 번영했던 도시의 모습에서 활발했던 동서 문물 교류의 상황을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이번 전시 마지막 공간에는 유네스코 아프가니스탄지부와의 협조로 특별사진전 `아프가니스탄의 자부심`의 출품작을 소개해 아프가니스탄의 과거, 현재, 미래를 거시적으로 조망하는 공간을 마련했다.박물관 관계자는 "파란 많은 현대사를 거치면서도 아프가니스탄인들이 목숨을 걸고 지켜낸 그들의 귀중한 문화유산들은 오늘날 폐허의 잔해 속에서도 국립아프가니스탄박물관 입구에 걸려 있는 문구 `그 문화가 살아 있어야 나라가 살아남을 수 있다`와 함께 전시를 찾는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경상매일신문=최보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