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사람> 권정선창밖엔 가을이 여문다먼 하늘 밑 아득한데, 훌훌 불어버린 고백들이 안개처럼 고여 와 목이 멘다내가 버린 시간들이 아침 이슬보다 더 부질없다 해도형벌처럼 글을 쓰는 그때 그 사람화두처럼 끌어안고 시작도 끝도 없이 그저 무심히더 이상 꺼내어 펴 보일 수 없는 안타까움마냥 침묵하는 아름다움,태풍 경보 내린 날하늘과 바다의 성난 입맞춤추락하는 하늘이 바다에 잠긴다.시의 산책로-바야흐로 가을이다. 연옥(煉獄) 같은 폭염 여름을 떨쳐내고 마침내 올 것이 온 것이다. 여름을 유달리 싫어하는 사람들은 이 계절을 얼마나 기다렸을까. 어김없이 오는 계절이야말로 그 무엇보다 정직하다. 가을엔 왠지 그리워지는 것들이 많다. 가장 그리운 건 사람이다. 한때 사랑했던 사람들, 그 중 첫사랑의 장본인이야 오죽 할까. 뿐만 아니라 소중한 시간들, 아쉬운 순간들까지 모든 것들은 시간의 강(江) 건너편에 있다. 가을엔 그리운 것들을 마음껏 그리워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사람 본연의 모습이다. 시의 화자(話者)는 기억 속 한 사람을 추억하고 있다. 가슴속 가장 낮은 자리에 있는 그 사람을. 그러나 시간은 되돌릴 수 없기에 안타까움은 결국 침묵으로 승화되고 만다. 승화의 결과는 한 폭 그림으로 떠오르는데,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추락하는 하늘이 바다에 잠긴’ 채로 있다. 그 추억이 오죽했으면 그러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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