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의인(義人) 칭송을 받아 마땅하다. 그의 죽음 소식에 가슴이 메어지다가도 한편으로는 가슴 뜨거움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아무나 가히 흉내 내고 따라하지 못할 의로운 행동 때문이리라.안치범(28), 그는 최근 자신이 기거하던 원룸 건물에 화재가 발생하자 이웃 주민들의 방문을 두드리고 초인종을 눌러 일일이 모두 깨워 대피시켜 목숨을 구하고 자신은 정작 유독가스에 질식돼 병원신세를 지다 끝내 돌아오지 못할 길을 가고 말았다.그는 누구보다 먼저 화재현장에서 탈출했다. 그리고 119에 신고도 했다. 그러나 그는 보다 못해 다시 연기로 가득한 건물로 뛰어 들어가 방마다 돌아다니며 갖은 방법으로 주민들을 대피시켰다.그의 덕분으로 대형 참사를 막을 수 있었으며 한사람의 사상자도 발생하지 않았다.이렇게 한 젊은이의 용기 있는 행동을 보면서 세상을 바꾸는 힘은 권력이나 정치, 가진 것이 많은 기업가나 부자들이 아니라 우리사회 곳곳에서 주어진 일에 말없이 자기 몫을 다하는 극히 평범한 민초들이라는 것을 깊이 깨닫게 된다.목에 핏대를 세우고 정의사회를 외치고 세상을 새롭게 바꾸겠다고 어깨에 힘이 들어간 일부 지도층과 권력을 거머쥔 자들은 지금도 끊임없이 온갖 비리로 민초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있지 않는가?그러나 아직 일자리도 구하지 못하고 청년실업자로 성우의 꿈을 키워왔던 스물여덟의 젊은이는 위험에 처한 이웃을 남 보듯 외면하지 못했던 것이다.지금 우리는 어떤 세상을 살고 있는가? 길거리에서도 아무런 이유나 관계도 없는 무고한 사람에게 무지막지 폭행을 가하고 살인까지 저지르는 살벌하고 나만이 행복하고 성공하면 그만이라는 냉혹한 세상이 아닌가.이웃에 대한 배려나 타인에 대한 존경심, 사회공동체에 대한 가치관이 무너진 지 이미 오래이다. 이런 가운데 청년 안치범 같은 살신성인의 의인이 있다는 것은 우리사회가 아직도 세상을 바꿀 힘도, 살아갈 희망을 갖게 해주는 윤활유가 될 것이다.맨 몸으로 아무런 장비도 없이 갖춘 것이라고는 몸 둥이 하나로 그 뜨거운 불길 속으로 뛰어 들어갈 생각을 했는지, 그의 투지와 용기를 가히 존경할 뿐이다.높은 지위와 권력, 부를 누릴대로 누리면서 사회적 갑질 행세나 하며 주어진 책무는 저버리고 거들먹거리는 사회지도층들이 넘쳐나는 현실에 그의 죽음이 결코 헛되지 않는 교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삼가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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