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가 운명을 바꾼다.  자살로 생(生)을 마감하는 것만큼 안타까운 일은 없다. 가족이나 지인 또는 친구를 자살로 잃게 되면 수면장애, 우울증 등을 겪게 될 가능성이 크고 극단적인 선택을 할 위험도 일반인의 8.3배에 이른다고 한다.질병이나 사고로 가족을 잃으면 슬픔을 위로 받을 수 있지만 자살 유가족은 죄책감과 배신감 등 복잡한 감정에 휘말리게 된다. 그러므로 자살은 고통의 끝이 아니라 남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안기고 떠나는 가혹한 사별인 것이다.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연간 80여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우리나라에서만 매년 1만4천명 이상이며 하루 평균 38명이 이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으로 통계되고 있다. 또한 자살 시도자는 자살 사망자의 40배 이상으로 추정되고 가족이나 친구 등의 자살로 영향을 받는 사람은 자살 시도자 1명당 6명 이상으로 나타나고 있다.자살의 사회 경제적 비용도 연간 6조4천억 원 수준이다. 자살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인 과제가 된 지 이미 오래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국민 100명 가운데 7명이 이런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노인 자살률도 지나칠 수 없다. 청장년의 죽음은 개인적 불행을 넘어 사회전체의 큰 손실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어르신 한분을 잃는 것은 도서관 하나를 잃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오랫동안 지혜를 축적한 보고이기 때문이다.그래서 어르신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고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사회의 의무요 책임이기도 하다.그렇지만 불행하게도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령인구의 빈곤율이 49.6%로 35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이는 전체 평균보다 4배가량 높은 수치다. 따라서 65세 이상 노령인구의 고용률은 31.3%로 OECD 회원국 중 35.2%를 차지하는 아이슬란드 다음으로 높다.대수롭지 않은 통계수치로 보이지만 오늘날 이 땅에 발을 디디고 살아가는 노인들의 곤궁한 현실은 씁쓸하다 못해 우울하고 가슴이 먹먹해 진다.결국 대한민국의 노인들은 은퇴 이후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시장에 재진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그런데 더욱 심각한 문제는 우리나라 노령인구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이미 고령사회를 지나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상황이며 노인빈곤 문제는 이제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심각한 사회현안이 되어가고 있다. 이렇다보니 노인자살 역시 11년째 세계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이는 핵가족화에 의한 독거노인들의 빈곤 때문이다. 정부는 그동안 자살률 감소를 위해 여러모로 노력해 왔다. 자살 고위험군을 집중적으로 관리한 결과 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그러나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자살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웃나라 일본은 민관협력과 다양한 자살예방 정책을 통해 자살률을 20% 이상 줄였다.우리도 못 할리 없다. 정신건강에 대한 편견도 없애야 한다. 자살의 주요 원인은 우울증인데 이 흔한 질병으로 환자들은 고통을 받아도 치료를 기피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마음의 병도 병인만큼 다른 질병과 같이 치료시기를 놓치면 자살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주변 사람들의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최근 정부는 이런 취지에서 ‘괜찮니’ 캠페인을 다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말 한마디가 운명을 바꿀 수도 고귀한 생명을 건질 수도 있다. 우리 모두 ‘괜찮니’ 캠페인에 적극 동참해 보자.박진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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