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차례 발생한 경주 지진으로 인해 내진 건축물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H형강,내지진강 등 지진에 강한 철강재 수요가 증가할 전망이다. 더욱이 2017년부터 내진설계 의무 대상이 2층 이상 건축물로 확대되면서 국내 철강업계에 모처럼 화색이 돌고 있다. 이는 경기 침체 장기화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국내 메이저급 철강업체들이 고부가가치재인 내진용 철강 제품 수요 증가로 인한 영업이익 증대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국토교통부는 건축물 내진설계를 강화하는 ‘건축법 시행령’ 등 개정안을 22일 입법예고할 계획이다.개정안에 따르면 내진설계 의무 대상이 ‘현행 3층 또는 연면적 500㎡ 이상의 건축물’에서 ‘2층 또는 연면적 500㎡ 이상의 건축물’까지 확대된다.또 내진설계가 안된 건축물을 내진보강하면 건폐율, 용적률, 대지 안의 공지, 높이기준 등을 완화할 수 있도록 혜택을 주고 건축물대장에 내진설계를 표시하는 방안도 추진된다.이러한 개정안에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주요 철강업체들은 내진용 철강재가 국내 건설현장에서 더욱 많이 쓰일 것으로 예상하며 반기는 분위기다.▲ 포스코포스코는 내진용 철강재의 주요 수요처인 종합건설사를 비롯한 철구 건축자재제작사, 강관기업들과 함께 시장 확대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특히 대형 건설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신기술, 신제품을 강건재 고객사와 공동으로 개발하는 솔루션마케팅 활동을 강화,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나간다는 방침이다.포스코는 지난 1995년 SN(Steel New Structure)강재개발 상용화에 성공한 이후 1999년 KS 규격 인증을 획득했다. SN강재는 일본 내 건축물의 내진설계 강화와 강재의 용접성 향상을 목적으로 1994년에 제정된 SN 규격을 따르는 제품을 말한다.포스코의 SN강재는 신도림 테크노마트와 고양 체육관 등 일반 건축물에서부터 대형 공공시설까지 사용되고 있다.뿐만 아니라 포스코는 건축구조용 TMCP강, HSA강, 내지진강관 등 강구조 건축물에 들어가는 내진용 강재를 생산 및 판매하고 있다.TMCP강은 판두께가 40mm를 넘어가더라도 강도가 낮아지지 않고 내진성능과 용접성능이 좋아 지진이 났을 때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포스코는 최근 한반도를 뒤흔든 지진의 영향으로 대형건축물, 공공이용시설 등에 내진용 강재가 쓰이는 것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관련 제품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현대제철현대제철도 내진용 철근과 H형강을 개발하며 초고강도 철강재에 주력하고 있다.특히 건축구조용 고강도 H형강 ‘SHN’을 초대형 공사를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해 올해 53만t을 판매한다는 계획이다.SHN은 현대제철이 지난 2005년 개발한 고성능 내진용 H형강 제품이다. 내진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에너지 흡수능력 ▲변형능력 ▲용접성 ▲내충격성 등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SHN 판매량은 지난 2006년 462t에 불과했지만 지난 2010년 2만t 수준으로 뛰었고 2011년 8만2천t, 2012년 11만t, 2014년 27만9천t, 2015년 47만7천t으로 급성장세를 나타냈다.현대제철은 SHN 등 H형강뿐만 아니라 철근(SD-S)과 후판(SN) 내진강재도 생산하고 있다.내진용 철근의 경우 현대제철은 ‘SD400S’, ‘SD500S’를 지난 2010년 2월 개발에 성공해 2011년 5월 특허를 출원했다.이후 내진용 철근의 규격인 KS D3688은 지난 6월 1일 KS D3504(SD600S)와 통합 개정고시 됐으며 현대제철은 인증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현대제철은 올해 건축용 내진재 품질을 확보하고 오는 2017년 고강도 및 내진·내화 복합 성능화, 오는 2018년부터는 성능 평가 및 설계 기준을 수립한다는 목표다.▲ 동국제강동국제강 역시 초고장력 철근 등에 대해 까다로운 품질 관리를 실시하며 내진용 철강재에 집중해왔다.동국제강은 지난 2007년 초고장력 철근인 ‘SD600’과 ‘SD700’을, 2010년에는 내진 철근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동국제강의 내진 철근은 수냉설비와 제어기술을 결합함으로써 다른 업체 보다 합금 원소량이 최소화돼도 고품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또 동국제강은 지난 1995년 1월 일본 고베시와 한신 지역의 대지진 이후 건축물의 내진성 강화를 목적으로 고성능 H형강 개발에 성공한 바 있다.현재 KS D3866 규격을 만족하는 건축구조용 열간압연 H형강 ‘SHN400’, ‘SHN490’, ‘SHN520’, ‘SHN570’을 보유하고 있다. 동국제강의 올해 고성능 H형강 판매율은 전년 대비 80% 증가할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이같이 국내 철강업체들이 H형강과 철근 등 내진성능을 강화한 특화 철강 제품을 개발하고 KS규정의 개정을 통해 내진 철강재 시장 보급을 확대하고 있지만 아직 시장의 인식 부족으로 보급이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철강업계 관계자는 “H형강 기준으로 내진 강재의 사용 비율은 지난 2012년 4%에서 2016년 21%로 상승했으나 아직 낮은 수준이며 내진용 철근은 시장 도입 단계에 머물러 있다”며 “지난해 9월 칠레에서 규모 8.3 지진에도 사망자가 11명에 불과했던 것은 진도 9.0까지 견딜 수 있는 내진 설계를 법제화했기 때문인데 우리 정부도 관련 제도를 하루 빨리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한편 내년부터 강화된 내진 설계 건축법에 따라 지진에 강한 철강재 등 건축자재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다.[경상매일신문=강동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