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색 꽃잎들과 초록 잎사귀, 그리고 배경에는 먹 특유의 묵직함을 벗어던지고 경쾌하게 표현된 선과 점들이 시선을 이끈다. 동서양 조화를 통해 자연과 생명의 소리를 표현하는 이동건(41) 작가의 작품이다. 그는 최근 포항시시설관리공단에서 진행 중인 2016 지역우수작가 초대전 두번째 작가로 선정돼 22일부터 오는 28일까지 포항시립중앙아트홀에서 전시회를 가진다. 기청산식물원에서 본 무궁화에 매료돼 그린 최신작들과 겨우내 추위를 이겨내고 꽃망울을 터뜨린 벚꽃이 떨어지는 모습을 담백하게 그려낸 작품 등 20여점을 선보인다."어린시절 배운 붓글씨가 아직도 기억 속 한켠에 자리한다"고 말하는 이 작가의 그림을 다시 한번 뚫어지게 보게 된다.그의 그림의 시작은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등학생때부터 약 10년간 붓글씨를 배웠다는 이 작가는 고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 무렵 수채화와 마주하게 된다. "어릴때부터 다뤄온 먹은 항상 검은 부분들이 많았는데 수채화는 색깔이 다양하고 물감하고 섞였을때 번지는 느낌이랄까 그런 것들이 당시에는 상당히 와닿았어요. 그래서 서양화를 시작하게 됐고, 처음엔 모든 것이 재밌었어요. 학원에서도 늦게까지 그리고 집에와서도 사과 하나라도 더 그리고 잠을 잤을 만큼요."이후 대구예술대학교 서양화과에 진학해서도 그림만 그리고 살았다. 밤새 작업하고 새벽에 잠깐 눈을 붙이는 정도였다. 서른을 앞두고는 포항으로 돌아왔다. 곧장 작업실을 구해 2년동안은 그림에만 빠져살았다. 그러던 중 항도중학교 미술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치게 됐고 현재까지 6년째 일하고 있다. 그간 4번의 개인전과 수십여회의 아트페어, 교류전, 초대전 등을 진행하면서 작가로서의 역량도 키워나갔다. 초기 작업에는 고목, 노인 등 오래된 아름다움에 심취해 풍경 위주의 그림들을 선보였다. 첫 개인전인 2008년 이후에는 벚꽃, 목련 등에 관심을 갖고 나무 둔치에 하나둘씩 피어나 있는 모습을 담았다. 또 유화, 캔버스 등 서양화 재료의 틀에 박힌 기존 작업과 달리 한지, 먹 등 동양적인 재료들과 배경으로 동서양의 조화를 이루기 위한 작업을 시도했다. 그는 첫 개인전에 대해 "사람들이 그림을 봐주는 모습 지켜보기도 하고, 다른 작가 전시도 관람자 입장에서 보기도 하고,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전시장에서 보내면서 느끼는 것이 많았다"며 "새로운 것에 대한 변화가 있어야겠다는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고 회상했다. 색다른 시각과 방향으로 새로운 작업을 위해 오늘도 깊은 고뇌에 빠진 이 작가."긴 시간은 아니였지만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어요. 공단에서 주최해준 덕분에 다시 한번 작업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7년 동안 조금씩 변화는 있었지만 앞으로 좀 더 다른걸 기획해 봐야겠다는 욕심이 생겨요."그의 작품을 앞으로도 꾸준히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즐거움이 가득하다. [경상매일신문=최보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