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기(한국은행 포항본부장)얼마 전까지만 해도 무더웠던 더위가 어느 새 사라지고 가을의 기운이 물씬 풍기는 듯하다. 며칠 전 찌뿌둥한 피로감을 해소하기 위해 근처의 사우나를 다녀왔다. 수도권의 대형 시설들에 비해서는 다소 손색이 있고 또 열탕의 온도가 비교적 뜨거운 느낌이었지만 목욕을 마치고 나니 오랜만에 피로감이 말끔히 사라진 듯 하였다. 동네 목욕탕 시설과 별반 다를 바 없고 온수도 당연히 수돗물을 데운 것으로 생각했었지만 염분과 다른 물질이 포함된 온천탕이라고 한다. 포항에 부임해온지 반년이 지나는 동안 과거 일본에서 근무하던 시절 느꼈던 온천욕의 호사를 포항에서 부릴 수 있을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였다. 더구나 우리나라에서 최대의 온천밀집지역이 경북동해안 지역이라는 것도 놀라웠던 데다, 그중 포항이 가장 많은 온천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더욱 놀랐다.지금 포항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철강공급과잉과 세계경제의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건설, 조선, 화학 등과 함께 철강산업도 구조조정 대상업종에 포함되고 있어 쉽게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포항철강공단은 물론 포항시, 상공회의소 등 모든 경제주체들이 포항경제의 위기 극복을 위한 새로운 성장 동력의 발굴에 골몰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어떠한 경제적 이벤트가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까지는 다양한 파급경로를 거친 다음에야 우리가 체감할 수 있다. 때문에 그동안 우리가 노력해 왔던 다양한 대책들도 극약처방과 달리 단기간 내 성과를 거둘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위한 노력은 꾸준히 누구나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모두가 포항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한다거나 새로운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는 있지만, 이미 포항이 지니고 있는 최대의 자원이라고 할 수 있는 온천자원의 중요성에 대해 간과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지금 세계적인 관광의 패러다임은 과거와 같이 유적이나 주변 경관을 단체버스를 이용해서 스치듯이 보고 지나가던 볼거리 위주의 관광에서 개인 또는 가족들만의 여유 있는 시간을 통해 건강, 치유, 명상, 힐링 등이 함께 하는 웰빙의 개념이 녹아있는 웰니스 관광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웰니스 관광의 핵심에는 온천자원이 존재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러한 웰니스 관광의 급성장에 맞추어 각 지역 특색에 맞는 온천자원을 활용한 관광활성화대책을 이미 수립, 추진중에 있다. 포항을 중심으로 하는 경북동해안에는 무수히 많은 온천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굳이 새로운 산업으로 육성할 필요조차 없는 이미 우리가 지녔지만 그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보석의 원석이나 마찬가지이다. 포항경제의 부활은 단순히 제조에 특화된 다양한 산업의 육성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제조업과 비제조업, 즉 비제조업 중에서도 서비스와 연계되는 관광은 고부가가치산업의 하나로 알려진지 오래다. 우리는 우리가 새로운 것만 찾을 필요가 없다는 점에 주목하여야 한다. 제조업에서 비제조업까지, 생산에서 소비까지 하나의 완결된 경제구조를 갖추어야만 포항경제의 자생력, 복원력이 형성될 수 있다.  이미 우리가 갖고 있는 온천자원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지역의 농수축산물과 이를 이용한 가공식품의 발굴, 지역특산물을 이용한 다채로운 먹거리의 창출 등을 온천 관광과 연계시킬 잠재력은 충분하다. 지역의 농어가의 새로운 소득원 창출, 온천시설의 현대화를 통한 관광수요의 창출, 현대인에게 먹거리와 힐링을 제공하는 온천자원을 중심으로 하는 웰니스관광은 새로운 고용기회도 줄 것이다. 나아가 지역의 의료와 숙박부문과도 연계된다면 시너지효과는 무궁무진할 것이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일은 앞으로도 지속되어야만 한다. 하지만 새로운 것만 찾느라 우리가 이미 지닌 장점과 자원들을 경시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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