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 풀> 김미옥밟힐 때마다 맹렬한 것은 언제나 인내였다절규도 신음도 없는,그저 억세게 뻗는 것만이살아오며 익힌 번식의 법칙일 뿐모진 게 목숨이라하늘 아래 피어났으니살아야 했으리라 생명은, 꾹꾹 지경을 넓혀 온천지가 곱다누가 아는가, 피곤한 어깨 서로 기대며묵묵히 땅심 키워온 그 의지가이 땅이 금가지 않는은총을 입게 했는지.시의 산책로-우리 산하(山河)에 잔디가 지천으로 있다. 무심코 보면 들풀의 하나로 보이지만 잔디는 인고(忍苦)의 표상이다. 사람 사는 곳에 늘 핍박이 있는 것은 세상의 법칙인데 이는 항상 수난을 겪는 잔디의 운명과도 같다. 밟으면 밟을수록 더 잘 살아가는 풀이 있다는 말은 거짓이다. 그런 풀이 대체 세상 어디에 있는가. 심하게 밟히면 다 죽을 일뿐인데 그게 가당키나 한 말인가. 짓밟혀도 인내하는 것 외에는 도리 없으니 견딜 수 있는 데까지는 견뎌야 하는 것이다. 누군가의 말처럼, 고난은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견디는 것이라 했다. 잔디의 운명은 우리나라, 우리 겨레의 운명 같은 것이다. 우리는 지금껏 930여 회의 외침(外侵) 속에서도 간신히, 운 좋게 살아남아 여기까지 오지 않았던가. 개인이나 나라의 존립에도 금이 가지 않도록 땅심을 강하게 만드는 길은 무엇일까? 그 대답으로는, 강한 인내심으로 위기 앞에서 사생결단하는 것뿐이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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