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을 비롯한 경북 동해안에는 고인돌이 많다. 고인돌은 청동기시대에 이루어진 중요한 유적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청동기 시대의 실상을 알아볼 수 있게 해주는 강력한 이미지를 발신한다. 이 의미 있는 신호들이 잦아들기 전에 바른 해석이 필요하다. 그것은 곧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문화적 책무이다.고인돌을 말뜻대로 풀이 한다면 굄돌로 고여 놓은 돌이다. 우리나라 청동기시대의 대표적인 무덤으로 거대한 바위가 지상에 드러나 있고, 그 밑에 고임돌(支石)·묘역 시설·무덤방(墓室) 등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거대한 고인돌은 당시 지배층들이 누렸던 권력과 부의 크기를 반영한 것으로 이해된다. 군장은 하늘에 대한 제사를 주관하여 권위를 세웠고, 천손 사상을 내세워 주변 부족들을 통합했다. 이에 사회 규모는 더욱 커졌고, 국가도 출현하였다. 고조선은 이 시기에 출현한 우리 역사상 최초의 국가이다. 이렇게 중요한 사실들을 알아볼 수 있는 고인돌이 포항을 중심으로 경북 동해안에 집중적으로 분포해 그토록 오랜 세월을 견디어 냈다. 온갖 풍상을 겪으면서도 미동도 없이 버텨내고 있는 까닭은 우리들에게 무엇을 가르쳐 주려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포항에는 해안쪽으로 형성된 구릉성 산지가 많다. 배산임수지역으로 마을이 형성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곳이 많아 청동기 시대의 주거지가 많이 발굴되고 있다. 따라서 많은 고인돌 군이 존재하고 있다. 지금까지 포항에서 조사된 고인돌은 전 행정구역 내 432기의 고인돌이 조사돼 있다. 이 조사 통계와 아직도 남아 있는 고인돌 수를 보면 가히 포항은 고인돌 왕국이라 할 만 한 것이다. 포항의 고인돌 왕국이라는 것은 당시 건강하고 강력한 부족국가가 형성됐을 것이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고인돌의 축조에 있어서는 거대한 바위를 채석하고 운반할 수밖에 없고 이는 대규모의 노동력을 필요로 한다. 대규모의 노동력을 동원할 수 있는 사회는 정착생활이 필수적이고 안정적인 식량 확보를 위해 농경생활이 요구된다. 영역이 필요했고 영역의 점유표시로서 조상의 무덤을 고인돌로 축조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고인돌천국인 포항이지만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 학술적 연구와 함께 관광자원으로 개발이 절실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특히 기계면 고인돌은 전국에서 찾기 힘든 사료적 가치가 있는 고인돌이 있다고 한다. 그중 기계면과 경주시 안강읍을 이어주는 칠성고개 꼭대기에 위치하고 고인돌은 높이만 5m, 무게는 약 200톤에 이른다. 성인 8명 정도가 팔을 뻗어야만 거의 닿을 정도의 거대한 규모의 지석묘가 있다. 다행히 포항시가 지난 7월부터 칠성재 고인돌 탐방로조성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가는 길만 정비하고 있어 아쉬움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고인돌에 대한 사료적 가치 등은 이미 언급됐다. 이제 관광지로서의 활용도를 찾아 볼 때가 됐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포항시는 새겨들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