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작가 5인의 작품을 대하는 열린 태도, 삶을 관조하는 자세, 존재를 바라보는 큰 시각 등은 `비움과 채움`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거창하지 않지만 큰 담론을 녹여낸 작품에서 작가들의 오래 묵혀 온 생각의 무게와 그와 일치된 표현을 한 자리에 모았다. 대구문화예술회관(관장 최현묵)은 2016년 DAC 작가시리즈의 마지막으로 `올해의 중견작가전`을 오는 18일까지 회관 1~5전시실에서 연다. 이번 전시에는 평론가 등 미술계에서 추천한 여러 작가들 중 1950년대 초반생의 송광익, 김영세, 노상동, 박승수 작가와 조금 아래 연배의 조각가 고관호 선생이 참여한다. 올해의 중견작가전은 지역 미술계 중추를 담당하는 역량 있는 중견작가들의 활동을 능동적으로 발굴 지원하고 이들이 한층 도약할 수 있는 모멘텀을 제공해 지역 미술계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마련됐다.다음은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을 소개한다. 송광익은 "무수한 종이들이 만들어 내는 공간성과 빛의 굴절, 반투명성, 서로 부딪힘과 흔들림, 그리고 공간과 공간을 통하게 하는 투과성을 드러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의 작업은 반복, 지속, 일정한 흐름이 있고 확장 가능성을 가진 열린 구조다.지물(紙物) 시리즈는 연속되는 ㅛ자형의 종이로 만든 단단한 기초 위에 종이의 길이와 열림과 접힘, 찢김과 잘림의 변주에 따라 다양한 조형을 보여준다. 고관호는 "있는 듯 하지만 없고, 없다고 단정 지으려면 살아나는 존재의 본래의 모습을 드러내고자 했다"고 전했다. `모호함에 대해` 작품은 수직과 수평으로 연결된 작은 입방체가 이어져 규칙적이고 정교하게 용접한 철 구조물로 이뤄져 있다. 이 구조물은 당당하게 걷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지만 형상은 뚫린 공간으로 표현되고 안과 밖, 선과 면을 구분하지만 그렇지 않는 모호함의 역설을 담고 있으며 공허한 현대인을 투영한다. 김영세는 "필연적인 존재는 없으며 모든 것은 우연적인 것이다. 선의 안과 밖, 추상과 형상의 경계에서 서성이는 그림은 불안하다. 오래된 미래는 사라진 과거의 미래이고 미래의 현재형이다. 그림은 상상의 경계에서 서성이는 미래다"라고 이야기했다. 작품 `오래된 미래`에서 작가는 그리는 것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화면에 물감을 칠하고 이를 걸레로 닦아내 형상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표현했다.작가는 현실과 이상처럼 많은 경계에서 갈등하고 흔들리는 인간의 삶을 마주하고 그 존재에 대한 이해를 이런 방식으로 표현했다.박승수는 "낙원에 대한 동경이 예술의 오랜 주제였듯이 고통 속에 사는 인류에게 축제는 영원한 로망이다. 실현 불가능한 염원을 일시적으로 충족시켜 주는 것이 바로 축제의 효과이다"라고 했다.작품 `Untitled Festival`에서는 캔버스에 종이컵을 시각적으로 규칙적 반복적인 나열하고 감성적 표현을 억제해 표현했다. 작가는 일상의 반복되고 허무의 감정이 이입된 일회용 재료를 사용해 다양한 색채와 조형을 표현, 감정이 폭발하고 꿈이 실현된 듯한 착각을 일으키지만 마비된 현실감을 감춘 축제의 이면을 들여다본다. 노상동은 "전통적 여백 개념을 현대적 공간 개념으로 바꾸어 문자성 속에 숨어있는 상형성을 드러내고자 했다"고 밝혔다. 작가는 한자 서예 속에 혼재하는 추상과 구상이 조형적으로 현대미술의 근간과 만난다는 것이 생각을 갖고 한글 파서의 점 획 작업, 문자와 이미지를 공존시키는 작업 등 오랫동안 서예의 조형적 현대화 작업에 매진해왔다. 이번 전시에 출품되는 `난정유감`은 행서체의 324글자로 이루어진 난정서의 부분을 다양한 서체로 바꾸고 순환적인 곡선의 리듬감으로 서예의 시간성과 조형성을 살려내었다. 대형 종이 32장에 장대한 서예적 조형을 구현했다.한편 이번 전시에는 도슨트 프로그램이 매일 오후 2시와 오후 4시 2회 실시되며 별도 단체 관람 예약이 있을 시에는 수시로 운영된다. 추석 연휴 기간 중에도 열리며 추석 당일에는 오후 1시에 개관한다. 단체 및 관람 문의는 053-606-6152로 하면 된다. [경상매일신문=최보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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