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푸른포항 21협의회가 주관하는 지속가능발전목표 토론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지속가능발전목표가 이상적이어서 현실성이 떨어질 것 이라는 생각으로 접근했던 필자의 입장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발제자 모두 젊은 교수들이었고 이들 모두의 주장은 우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과제였다. 우리 모두를 위한 목표(People`s Goals)를 표방하며 정부, 기업, 시민사회, 국제기구 등의 협력과 적극적인 참여를 촉구했다.절대 빈곤의 종식, 불평등과 부정의의 해소, 기후변화의 해결 등이 주요 의제였다. 기업과 시민사회를 포괄하는 국제, 국가, 지방차원의 거버넌스 역할의 중요성도 강조했고 중앙차원의 지원과 기초차원의 거버넌스 구성의지도 지적했다.그러나 지속가능발전목표의 각론으로 들어가면 아쉬움은 존재한다. 현실성이 부족한 지방분권의 현주소는 지속가능발전의 발목을 잡기 충분하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간의 거버넌스를 얘기하지만 현 지방자치의 한계는 사실상 이를 극복하기 힘들다. 지속가능발전목표 자체가 포괄적인데다 현재의 지방분권의 모습으로는 지자체 스스로 정책화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뿌리내지 못한 지방자치제의 현실임을 감안하면 정부의 의도대로 조직을 구성한다고 해도 유기적인 관계가 유지될지는 의문스럽다. 지방자치가 뿌리내리지 못한 대한민국에서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하는 거버넌스는 말의 성찬일 뿐이다. 사실 지방자치제도가 도입 된지 2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말이 지방자치제도이지 권한의 대부분은 여전히 중앙에 쏠려 있다. 중앙중심의 고착화한 사고가 오늘의 지자체를 잉태했고 이러한 인식은 지금도 진행형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지방자치의 중요한 대목인 자주재정권의 이양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넘겨주길 꺼려하고 있다. 자치권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중앙정부와 이를 알면서도 묵인하고 넘어가는 지자체 모두 환골탈태하는 마음 없이는 지자체의 미래는 요원할 뿐이다. 일각에서 대한민국은 중앙집권의 패러독스에 빠져 있음을 지적 하고 있다. 중앙집권적인 체제가 과거 산업화 과정에서 도움을 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우리의 근 현대사이다. 그러나 선진국 진입을 앞두고 있는 지금은 오히려 장애가 되고 있는 것 역시 우리에게 닥친 현실이다.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지방분권은 필수적이며 분권이야 말로 국가경쟁력의 핵심적 가치인데도 그렇지 못하다.지방자치제가 도입된 이후 지난 20 여년동안 지방자치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그러나 여전히 그때나 지금이나 할 수 없는 일이 너무 많다. 청년기를 넘어 성숙기로 접어들었는데도 오히려 중앙과 지방의 갈등은 증가하고 있는 듯하다. 수도권과 지방간의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지방소멸론이 부각되고 있다. 예산은 대표적인 지방의 한계점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중앙정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 재정여건으로는 지방자치의 성장은 사상누각일 뿐이다. 제도적 모순 속에 지방자치는 지쳐가고 서서히 한계를 맞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타파해보자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제기됐지만 최근 들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지지부진한 권한의 지방이양에 대한 과감한 요구도 늘고 있다. 개헌을 한다면 이제는 반드시 지방이 공동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개헌의 방향도 분명히 지방분권형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헌법전문과 총강에 지방분권형 국가임을 천명하고 자치입법권과 자주재정권 보장을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헌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중앙정부와 지방이 함께 가야한다는 명분은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다. 지방자치제가 살아야 중앙도 함께 산다는 공동체적인 개념은 지자체도입당시에도 존재했었다. 이제 와서 특별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성년이 된 만큼 중앙정부도 이제 내려놓을 것을 놓아야 한다. 지방에 넘겨줄 것을 넘겨줘야 한다.지방이 살지 못하면 중앙도 어려워진다. 지방의 역량을 키우는 것은 국가의 미래 동력을 갖추는 길이기도 하다. 중앙집권적 사고에서 벗어나 동반자적 관계라는 의식을 마련하지 못하면 한국의 지방자치는 요원할 뿐이다. 더 이상 중앙권한의 이양을 늦춰서는 곤란하다. 이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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