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박재우거센 바람이 쓸고 간 자리부서지고 깨어지고 송두리째 뒤집혀버린잔혹한 자국만이 남겨진 그 땅에끈질긴 생명으로 존재하며거대한 도전을 여린 싹 하나로 지탱한 경이로움. 험한 땅 위에서 찢겨지고 터져버린 자국을사랑의 자락으로 덮어가는 가족이 있으므로 상처가 아물고, 용서와 사랑이 있으므로나는 가족이라 부를 것이다.시의 산책로-가족의 소중함에 대해서는 새삼 더 말해 무엇 하리. 가족 공동체는 그 구성원들이 가까이에서 늘 부대끼며 살아가고 있는 이유로 쉽사리 서로 상처를 줄 수도 있다. 멀리에서 떨어져 살아가는, 모르는 사람과는 맞닥뜨릴 일이 쉽사리 일어날 리도 만무한 것이다. 사람 사이에는 사랑을 논하기 이전에 부대끼다 보면 정(情)이란 것이 생기고, 그 정으로 인해 삶이 영위되는 경우가 많다. 부부 간에도 그런 일은 흔히 볼 수 있다. 사랑이란 정(情)의 단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경지에 자리 잡고 있는 ‘그 무엇’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서로에 대한 배려심으로 잘 엮어진 가족은 그 삶의 빛깔이 남다르다. 그들은 처음부터 함부로 상대방에게 상처를 안겨주지도 않겠지만,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치유의 시스템이 잘 작동된다. 이러한 과정은 언제나 용서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그 기저(基底)에 자리 잡고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본문에서 ‘가족이 있으므로 상처가 아물고’란 부분은 이 시 화자(話者)의 따뜻한 가족애가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