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농민들 몰래 산업폐기물 소각로 증설 사업을 추진하던 기업체가 농민들의 반대에 부딪쳐 허가를 반려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달성군 현풍면 소재 제지생산업체인 ㈜아진피앤피는 산업폐기물 소각로 증설 사업을 지난 2010년부터 3차례에 걸쳐 추진하다 지역민들의 반대에 좌절 됐다.
이 업체 주위에는 지역 최대 양파재배 농가들이 산재해 있으며, 소각로로 인한 공해와 분진 등으로 농작물에 피해를 입고도 지금껏 참고 항의 한번 안하고 살아온 그러한 마음을 읽지 못하는 기업체가 농민들은 야속했다.
그런 업체가 또 다시 편법을 동원해 ㈜에너지솔루션이란 회사를 앞세워 지난해 말 이틀 만에 허가를 득한 후 올해 초부터 소각로 증설을 주민들 몰래 추진했다.
뒤 늦게 눈치 챈 주민들은 지난해 겨울 약속한 문서에 잉크도 마르지 않았다며 약속을 밥 먹듯이 어기고, 또 일부 주민들을 상대로 동의서를 받기 위해 돈으로 매수했다는 파렴치한 행동에 농민들은 더욱 분노했다.
농민들은 달성군 남부권 3개(현풍ㆍ유가ㆍ구지)면 번영회를 주축으로 반대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더 이상은 악덕 기업에 휘둘리지 않겠다며 지난달 16일 바쁜 농사철 일손을 뒤로 한 채 제지공장 앞에서 대규모 시위에 이어 24일 달성군청 앞 시위에선 1,000여 명의 지역주민들이 참여하는 대대적인 시위에 나섰다.
이들은 산업폐기물 소각로에서 뿜어내는 공해로 인한 피해를 더 이상은 감내하지 않겠다며, 유령업체를 앞세워 편법으로 받은 허가 등에 대한 명확한 해명을 요구하며, 농성에 들어갔다.
또 이들은 허가 과정에서 일부 주민들의 동의서를 받기 위해 금전을 살포한 정황과 담당공무원들의 석연치 않은 부분들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군수의 해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일각에선 이미 허가가 난 경우 기업체 손을 들어 전공법으로 밀어 붙어야 한다는 주장과 업체를 설득 시켜 허가를 취하 시켜야 한다는 주장들이 난립한 가운데 군으로선 누구의 손도 들어 줄 수 없는 상황에 부닥쳤다.
급기야 군수가 농성장에 나와 주민들에게 허가과정에서 담당자의 보고만 믿고 반대 여론이 이처럼 엄청난 줄 몰랐다며 솔직히 시인하고 허가과정에서 법적인 하자가 없는지 주민들의 입장에서 다시 한 번 검토해 보겠다고 약속하고 사태 수습에 적극 나섰다.
지금도 이 공장에선 시간당 1.8톤의 소각로 2대가 24시간 연기를 뿜어대며 가동 중이다. 그런데도 이보다 훨씬 큰 규모의 소각로가 증설되면 환경문제는 물론 지금껏 상황을 지켜보던 이 지역 주변 제지 공장들도 앞 다투어 소각로 증설에 나섰을 것이다.
그러면 이 지역에 현재 조성 중인 최첨단 국가과학산업단지, 대구테크노폴리스 사업과 달성군이 추진하는 첨단녹색도시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 될 뻔 했다.
그러나 앞만 보고 평행선을 달리던 군ㆍ농민ㆍ업체의 거듭된 면담으로 마침내 아진피앤피와 에너지솔루션은 일체 조건 없이 소각로 증설사업을 포기 하는 것으로 매듭지었다.
이번 사건에서 군은 허가 과정에서 법적인 하자가 없다손 치더라도 주민들 입장에서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라 생각된다.
물론 이번 일에 군에서도 사태의 심각성을 빨리 판단해 발 빠른 행동으로 수습에 전력을 기울여 조기에 해결 된 것으로 평가되지만,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농민들을 우습게 생각하고 권력과 힘으로 밀어붙이면 안 되는 것이 없다는 오만함을 본 것과 같아 가슴 한편 씁쓸함을 떨쳐 버릴 수 없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