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리우올림픽 남자 유도 90kg급 3·4위전에서 곽동한 선수의 동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그의 모친 김혜숙(56)씨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쥔 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곽 선수의 부친 곽인수(54)씨는 울고 있는 아내를 끌어안아 토닥이며 "동한아, 사랑한다. 보고싶다. 빨리 오너라"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지난 10일 밤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포항 동지고등학교 강당에는 곽 선수의 가족과 지인, 유도 선후배 등 300여명이 응원전을 펼쳤다. 동지고 출신인 곽 선수를 응원하기 위해 그의 모교에 모인 것. 한국 남자 유도대표팀 세계랭킹 1위, 일명 `어벤져스`라고 불리는 금메달 기대주들이 잇따라 패배를 당하는 충격 속에 마지막 희망인 곽동한의 경기가 이날 진행됐다. 경기에 앞서 만난 곽 선수의 어머니는 양손을 꼭 쥔채 긴장된 얼굴로 맨 앞자리에 앉아있었다. 어머니 김씨는 "3형제 중 둘째인 동한이는 착하고 부모한데 잘하고 나무랄 데 없는 아들"이라면서 "크게 걱정하지 말라며 오히려 나를 위로하더라"고 말했다.아버지 곽씨는 "첫째 재혁이랑 둘째 동한이랑 팔씨름 시합을 한 적이 있었는데 두 녀석 모두 힘이 좋아 집에 있는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였다"며 "그러고 나서 아들들이랑 나랑 겨뤘는데 첫째는 나를 무조건 이길려고 하는 반면 둘째 동한이는 힘을 조절하며 나를 이길 수 있게 배려하는 등 생각이 깊은 놈"이라고 칭찬을 보탰다. 막내동생 곽동훈(동지중 3)군에게는 조용하고 무서운 형이였다. 곽 군은 "1년에 한두번 얼굴을 볼까말까 하는 형이지만 나를 챙기는 것이 느껴진다"며 "서로 무뚝뚝해 표현은 잘 못하지만, 학교에서 형 덕분에 유명인사(?)가 됐다"며 자랑스러워했다. 곽동한 선수는 모교 유도 후배들에게도 우상이자 자랑이었다. 이날 밤샘 응원전에 참석한 유도부 후배들은 "앞으로 더욱 열심히 훈련에 매진해 곽동한 선배님처럼 훌륭한 선수가 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곽동한 선수는 포항 출신으로 용흥초등학교에서 축구를 하다 윤순명(36) 전 동지중학교 코치에게 발탁돼 유도로 전향했다. 곽 선수의 동지중 유도부 시절, 3년동안 기본기를 가르친 최성곤(35) 동지여중 코치는 "동한이는 항상 알아서 할일을 다하고 솔선수범하는 등 착하고 밝은 아이였다"며 "내성적인 성격으로 운동도 과묵하게 꾸준히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었다"고 칭찬했다.동지중, 동지고, 용인대를 거쳐 하이원에 입단한 곽동한은 지난해 세계유도선수권대회과 아시아선수권,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를 모두 제패한 90kg급 최강자다. 대한유도회가 선정한 2015년 최우수선수로 선정된 데 이어 AP통신 역시 곽 선수가 리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곽 선수는 이날 경기에서 64강 부전승, 32강 업어치기 한판승, 16강 조르기 한판승, 8강 반칙승으로 준결승까지 무난하게 올라가며 응원 현장은 흥분의 도가니로 변했다. 모두 `곽동한`을 합창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나 4강에서 한판패를 당하며 결승 문턱을 넘지 못했다. 물론 금메달 도전에는 실패했지만, 동메달 결정전에서 업어치기 한판승을 거둬 아쉽지만 값지고 소중한 동메달을 차지했다. 앞선 패배를 딛고 이룬 승리여서 감격은 더 컸다. 아버지 곽씨는 "4년 뒤에 또다시 도전하면 될 것"이라며 애써 아쉬운 마음을 감췄다. 곽동한 선수에게 다음 올림픽은 충분히 가능성이 크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현재와 달리 곽 선수는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주목을 받지 못했다.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 당시, 지금은 그의 지도자인 송대남(37)코치의 훈련 파트너였다. 송대남이 금메달을 따는 장면을 지켜보면서 곽동한도 올림픽을 향한 꿈을 그렸고 마침내 생애 첫 올림픽 무대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 국가대표 훈련파트너에서 2016년 리우올림픽 국가대표 동메달리스트가 되기까지 그가 흘린 땀과 눈물, 그리고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오는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기약한 그의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바이다. [경상매일신문=최보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