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군 금강송면 소광리에 우뚝 자리잡고 예부터 울진의 진산으로 불려온 안일왕산은 고대 삼한시대의 부족국가인 실직국(현재 강원도 삼척지방)의 임금인 안일왕의 전설을 품고 있다.안일왕산을 오르다보면 당시 적의 침공을 피해 울진 지역으로까지 피난을 온 안일왕이 축조했다는 토석혼축(흙과 돌을 섞어서 쌓은 성)의 긴 성벽이 가장 먼저 등산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정상부에 조금 못 미치는 곳인 북쪽 낭떠러지에는 유독 눈길을 끄는 한그루 소나무가 금빛 자태와 위엄을 자랑하며 우뚝 서 있는 대왕소나무.소나무를 바라본 사람들이 주저 없이 대왕소나무라고 불리며 둘레가 약 4m로 울진금강송.특유의 정결한 황금빛을 뛴 우리나라 최대 황장목이다.600년 이상의 나이테를 속살 깊이 키워 온 것으로 추정되는 대왕송은 순수의 금빛으로 구불거리면서 사방으로 뻗어나간 가지들과 20여m는 족히 됨직한 키와 우람한 몸통을 드러내 보이면 일순간을 압도하면 자태를 자랑하고 있다.대왕송을 지난 정상 가까이에는 2,000여년 전 강원도 삼척을 기반으로 한 ‘실직국’왕인 안일왕이 울진지역의 ‘파조(또는 파단)’국을 병합해 부족국가를 이루고 있을 때,강원도 강릉 일대를 기반으로 하던 ‘예국’의 갑작스런 침략으로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리의 안일왕산까지 쫓겨 와서 급히 성을 쌓고 임시 피난처로 삼았을 당시의 주둔지로 추정되는 넓은 공터가 나타난다.이 지역을 지난 정상에 이르면 2,000여 년의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폭 약 2m 내외,높이 약 1.5m,길이 약 1km의 석축과 성벽이 숨겨 두었던 웅장한 외양을 드러내면서 감동을 주고 있다.당시 험준한 산악 지형을 갖춘 이곳으로 피난을 떠나 숨어 들어온 실직국의 백성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을 성안의 전경과 멀리 서북쪽으로 논길을 돌리면 낙동정맥의 구불구불한 산세들이 눈부시게 수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안일왕산은 현재 천연기념물 217호로 지정돼 산양의 주요 이동 통로와 서식처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낙동정맥의 지맥 가운데 하나인 아구지맥에 속한다. 전 계명대 사학과 노중국 교수는 “울진의 악발산이 금강산,설악산과 더불어 통일신라시대 이후까지도 국가적으로 제사를 지내던 중요한 산이었다는 점은 대단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노 교수는 “‘한국고대 사회와 울진지방’이란 책에 게재한 ‘고대 울진의 역사 가치관’이란 논문을 통해 ‘신라가 통일 이후 사전체계를 정비하면서 소사에 편제한 울진 지역의 악발산은 안일왕산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특히 안일왕산은 ‘신증동국여지승람에 현의 서쪽 41리에 있다.울진의 진산이다‘라고 기록되어 있으며,조선시대의 진산은 도읍이나 성시의 뒤쪽에 있는 큰 산으로 그곳을 진호(난리를 진압하고 나라를 지킴)하는 주산을 의미한다.지금으로부터 2,000여년 전, 영동 남부지역의 중심세력으로 넓은 영토를 소유한 군장국가였던 실직국의 역사적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울진의 보배인 대왕소나무와,천연기념물인 산양의 서식처와 배설물을 직접 볼 수 있고 운이 좋으면 산양도 직접 만날 수 있는 산,스스로 우뚝 서 있는 바로 그 산이 안일왕산이다.한편 울진지역에는 산자수려한 기암괴석이 즐비한 명산과 계곡,푸른바다,온천,2곳의 국보와 각종 보물 등이 산재해 있는 곳으로 북면의 응봉산(매봉산 999m),서면의 통고산(1,066m)온정의 백암산(1,004) 등 해발 1,000m를 전후한 산이 3곳이나 있으나,학계와 등산객들은 그중 안일왕산을 ‘산중의 산’으로 극찬하고 있다.울진군민들은 “금강송보호특별법”이 시급히 만들어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그동안 간벌사업의 명목으로 우수한 금강송이 사라지고 있었다면서 재선충병 등 위험요소가 많다고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