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를 우리 영토로 최초 표식한 것을 찍은 원본 사진이 공개됐다.<사진>1947년 8월 조선산악회가 꾸린 `울릉도 학술조사단`이 독도 동도에서 영토 표식을 하고 그 증거로 찍은 이 사진은 `朝鮮 慶尙北道 鬱陵島 南面 獨島`(조선 경상북도 울릉도 남면 독도), `Aug 20 1947 Korea AlpineAssociation`(1947년 8월20일 조선산악회)라는 장면이 들어간 현장 사진이다.이 표목은 독도가 한국령임을 표시한 최초의 시설물로 추정된다.한국학중앙연구원은 10일 이상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체육위원에게 기탁받은 이 사진을 처음으로 공개했다.사진을 보면 학술조사대는 오른쪽 표목에 한자로 `조선 경상북도 울릉도 남면 독도`라고 적었다. 왼쪽 표목에는 표목을 세운 날짜와 조선산악회 명칭을 영문으로 표기했다. 같은 표목의 다른 면 글씨는 흐릿하지만 `울릉도 학술조사대 독도 조사 기념`으로 추정된다.사진은 가로 23.5㎝, 세로 29.3㎝ 크기로 인화된 원본이다. 그간 등사본으로 추정되는 사진이 공개된 적 있지만 사진이 흐릿해 문구를 식별할 수 없었다.이 사진은 학술조사대에 `보도반`으로 참여한 사진가 최계복 선생 일행이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조사대원 12명이 독도 해안을 배경으로 촬영한 단체 사진도 처음 공개됐다. 이들 사진은 이상현 씨가 조선산악회의 후신인 한국산악회에서 활동한 부친의 유품을 소장하다가 이번에 기탁했다.김영수 동북아역사재단 독도동해연구실장은 "당시 독도 영유권 보호를 위해 민간 차원에서 구체적인 조사를 하며 수호하려 했던 상징적 증거"라고 말했다.학술조사대가 세운 표목은 1953년께 독도에 불법 상륙한 일본인이 뽑아낸 것으로 추정된다. 그 자리에 일본인들은 독도가 자신들의 영토라고 표기한 말뚝을 박아 놓기도 했다. 산악회는 당시 일본인이 설치한 표목을 같은 해 10월 제거하고 화강암 표석을 다시 세웠지만 이 표석마저 일본인들이 독도에 들어와 철거하는 등 두 나라가 신경전을 벌였다.해방 직후 설립된 조선산악회는 단순한 등산 단체가 아니라 학계·언론계 등 지식인들의 국토조사·연구 단체였다. 초대 회장인 민속학자 송석하 선생은 진단학회 창립에 참여했고 국립민족박물관장을 지냈다.당시 학술조사대는 역사·지리·경제·사회·고고·민속·언어학 등 각계 분야 전문가 63명이 참여한 대규모 조직으로 꾸려졌다. 정부와 경북도에서도 인력을 지원받았다. 같은 해 4월 일본인이 독도를 불법 점거하는 등 분쟁이 격화할 조짐을 보이자 과도정부 차원에서 영유권 확인 작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조사를 은밀하게 추진하며 표면에는 `울릉도 학술조사`를 내세웠다.한편, 정병준 이화여대 교수는 저서 `독도 1947`에서 "독도 조사대의 가장 중요한 활동은 독도에 대한 기초적 조사와 독도의 한국령 확인작업이었다"며 "이 조사를 통해 독도 문제의 중요성과 분쟁 가능성, 일본에 의한 독도 침략의 구체적 실상 등을 명확히 확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경상매일신문=조영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