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가 열흘 넘게 이어지는 등 밤낮 없는 무더위로 잠 못 이루는 밤이 이어지고 있다. 온열환자도 급증하고 있다. 입추인 7일 의성의 낮 최고기온이 37.8도까지 치솟았다. 체감 온도는 40도를 웃도는 등 용광로 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찜통더위에 선풍기는 역부족이다. 이미 에어컨은 대세가 됐다. 에어컨을 부러워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에어컨이 필수품이 된지 오래됐다. 문제는 전기요금이다. 전기료폭탄이 두려워 에어컨은 장식품에 그치면서 서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에어컨을 가동하고 싶어도 당장 다음 달 납부해야 하는 요금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누진제라는 요금방식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길거리 상가에는 문을 열어 놓은 채 에어컨을 가동하고 일쑤다. 상업용과 공업용에는 약정을 통해 원가이하의 전기를 공급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상가에는 하루 종일 에어컨을 가동하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피서를 상가로 가야할 지경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경제에 에어컨 가동을 고민해야 하는 서민의 심정은 피가 거꾸로 쏟는 기분이다. 이 같은 전기료 폭탄은 불합리한 요금 체계에서 비롯된다. 현행 전기요금은 100kWh 단위마다 6단계로 누진되는 구조다. 월 전력 사용량이 100kWh 이하인 1단계는 kWh당 60.7원을 내지만 500kWh를 초과하는 6단계에서는 11.7배나 많은 709.5원씩 내야 한다. 일본이나 미국에 비해 10배이상 높은 것으로 누진율격차가 월등히 차이가 난다. 세계에 유례를 찾기 힘든 누진구조 인 것이다. 한달에 3만원 정도 납부하는 가정에서 한달동안 하루8시간정도 에어컨을 사용하면 20만원이 훨씬 넘는 전기세를 납부해야 한다. 사용량에 비해 전기세가 10배 가까운 요금을 각오해야 하는 것이다. 누진제는 가정의 전기 소비를 줄여보자는 차원에서 도입됐다. 국가적 차원에서 전기를 줄여보자는 의미로 국민을 설득했다. 그러나 가정에서 소비하는 전기량은 전체의 12-3%밖에 되지 않는다는 대목은 오히려 그 의미를 반감시키기 충분하다. 대다수를 차지하는 산업·상업용에는 원가 이하의 값싼 전기료를 제공하면서 일반 가정에 징벌적 누진제를 물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서 한전을 먹여 살리는 것은 가정용 전기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한전은 지난해 경기침체 속에서도 11조원대의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올렸다. 일반가정의 전기료 폭탄으로 배를 불렸다는 비난이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다. 누진제 완화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연간 1조원에 달하는 대기업 전기료 감면폐지도 제기되고 있다. 나아가 한전의 과도한 이익을 누진제 완화재원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은 누진제 폐지에 적극적이지 못하다. 누진제를 완화하면 저 소득층에 부담이 돌아가게 된다며 꺼리고 있다. 방법을 찾아야 한다. 소득취약계층의 부담을 늘리지 않으면서도 누진제를 완화하는 대안을 지금부터라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 제보하기
[메일] jebo@ksmnews.co.kr
[카카오톡] 경상매일신문 채널 검색, 채널 추가
유튜브에서 경상매일방송 채널을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