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망설였어요손톱만큼만 보여드릴까 해서요하지만내 마음 감출 수 없어그리움 가득 담아하늘 깊숙이 매달아 놓았어요당신 가슴 한구석 어둠을 위해보름사리 때까지시의 산책로 예로부터 인간은 누군가를 사모하는 마음이 간절할 때에 밤하늘의 달이나 별을 쳐다보곤 하였다. 달과 별을 쳐다보는 일은 단순히 ‘보기만 하는’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기원(祈願)하는 일을 동반한다.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그때는 요즘처럼 자신의 마음을 상대방에게 바로 전달할 수 없었기에 그 같은 일 외에는 달리 도리가 없었다. 인간이 마음속으로 간절히 바라는 일은 현실에서 종종 그대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시 「보름달」의 화자(話者)가 갖는 그리움, 그 그리움이 크더라도 그것을 절제시켜 “손톱만큼만” 드러난 초승달 로 묘사될 수도 있지만, 결국 보름달로 귀결된 것은 그리움의 충일(充溢) 때문이다. “당신 가슴 한구석 어둠”을 밝히기 위해서도 보름달의 빛은 필요하다. 원관념인 ‘그리움’이 보조관념인 ‘보름달’로 치환돼 있어도 그 의미는 확연하다. 달은 대개 여성성(女性性)을 잘 드러내는 적절한 시어(詩語)다. 그런 이유로 달은 고금을 통해 수많은 시문 속에서 그 진가를 드러낸다. 바라보아도 눈부시지 않은 은은함, 그리고 그 ‘고요’의 속성에 애잔함까지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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