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돈 안 되는 부드러운 출산(Gentle Girth)을 강조 하냐고요? 출산이란 것이 의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산모와 아이를 위한 것이니깐요. 의사는 단지 그들이 편하게 자신들의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력자일 뿐인거죠. 돈요... 그거 생각했으면 다른 전공을 선택했을 겁니다...껄 껄 껄” 이렇게 자신의 소신을 거침없이 말하는 이는 30년째 산부인과 의사로 인술을 펼치고 있는 포항 미즈앤맘병원 배철성 대표원장.그는 자나 깨나 강조하는 것이 젠틀버스다.“엄마와 아이가 편안해야지..그럼.. 그래야 우리지역에도 제대로 된 출산문화가 정착될 수 있어”라고 강조한다. 어찌 보면 너무 집요하게 말이다.그렇다면 그는 왜 이렇게 부드러운 출산에 집착하는 것일까...
그것은 지금으로부터 1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남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국대에서 교수로 재직하던 1998년. 미국 뉴욕의 코넬대로 의학연수를 떠났던 때였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한양대 의대 박문일교수와 만나 부드러운 출산에 대한 필요성을 공유하고 1999년 마음이 맞는 의료인들과 함께 ‘대한태교연구회’를 창립해 ‘젠틀버스(Gentle Birth)’ 보급에 나선다. 방송에서도 관심을 보이면서 뮤지컬배우 최정원 씨의 수중분만이 이슈화됐고 그때부터 젠틀버스란 개념이 전파되기 시작했다.배 원장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이 같은 좋은 출산을 지역에도 도입하기로 한다.그래서 누구나 선망하는 교수직을 뒤로하고 2010년 영남지역에선 최초로 부드러운 출산 시설을 갖춘 미즈앤맘 병원을 개설하게 된다.처음엔 어려움도 많았다. 대부분의 지역 의료진들은 “왜 산모가 편한 게 좋은 거지? 의료진들이 편하게 일해야 튼튼한 아기가 태어나는 게 아냐? 책(교본)에도 없는 걸 왜 하려고 하지?”라고 의아해 했다.배 원장은 그렇게 말하는 이들을 탓하지 않았다. 그들은 100여 년 동안 체계화된 방식대로 말하고 행동한 것이기에..이런 지역의료진의 의식을 바꾸기는 쉽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부드러운 출산을 시도하는 곳이 전국에서도 손꼽을 정도였으니 말이다.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새로 개원한 병원에 쇄석위(산모 분만시 누워서 고정시키는 장치-일명 분만침대)를 줄이는 대신 산모들이 걸어 다닐 수 있는 공간을 늘리고 수중분만실을 설치했다.산모들과 가족들도 처음에는 의아해 했다. “뭐 이런 곳이 다 있어”라고.이와 함께 배 원장은 강의를 통해 부드러운 출산이 중요하다는 것을 계속적으로 역설했다.시간이 지나자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했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배철성 원장을 찾기 시작했다.의료진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처음에는 어색하다고 말했던 전문의들이 젠틀버스를 도입하기 시작했고 20년 가까이 지난 현재는 지역 대부분의 산부인과들이 부드러운 출산을 장려하고 있다.배 원장은 말한다.“이제 시작이라고. 산모가 편해야 아기가 편한 만큼 아직 바꿀 것이 많다고”“옛날 우리나라에서 산모가 아이를 낳던 때처럼 서서 앉아서, 엎드려서 등 어떤 자세든 엄마가 편한 자세에서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마지막으로 엄마의 산도를 거치면서 평생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는 아이가 태어났을 때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병원환경을 바꾸어야 한다고”그의 바람처럼 젠틀버스(Gentle Birth)가 보편적 출산방식이 되는 날도 멀지 않았다.[경상매일신문=최성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