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열 번 정도는 흠뻑 젖어야 퇴근을 합니다.” 2일 오전 11시 전국 산업현장 가운데 가장 더운 곳으로 통하는 포항제철소 ‘PRIDE 2제선공장 4고로’ 쇳물 생산 현장 근로자 장정민(35)씨의 말이다.‘낭비 없는 제철소 포스코의 미래입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린 입구에서 계단을 지나 4고로 공장 안으로 들어서자, 뜨거운 열기가 온몸을 확 덮쳤다.그리고 시뻘건 불빛을 내뿜으면서 고막을 때리는 기계음을 내는 고로 앞에 두 명의 작업자가 눈에 들어왔다.은빛 나는 방열복을 입은 이들은 빨려 들어갈 것 같은 불길 앞에서 긴 쇠막대기를 들고 쇳물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365일 1천500도를 넘는 초고온의 열기와 사투를 벌이는 이 고로현장은 포항제철소 내에서도 근무환경이 가장 힘든 곳이란다.  5분 정도 작업 뒤 고로 현장에서 나온 장 씨는 안전모를 벗으며 “하루에 열 번 정도는 팬티까지 다 젖어야만 퇴근을 할 수 있습니다.” 땀범벅인 그는 고생보다 보람이 더 많다며 오히려 환한 미소를 지었다.지난 2010년 첫 직장인 포항제철소 4고로로 배치를 받았을 때가 인생에서 가장 가슴 벅찼다는 장 씨.그는 “철을 생산하는 회사에서 매일 첫 쇳물을 만드는 최전방 근무자로서 제 자신이 너무 자랑스럽다”며 “얼마 전 교육받으러 갔을 때 세계 경기 불황으로 철강경기가 너무 어려워 큰 철강사들이 다 문 닫을 수도 있다고 들었는데, 우리 포항제철소가 마지막에 유일하게 살아남을 수 있는 세계 최고의 제철소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라고 다짐했다.특히, 같은 고로 앞에서 일하는 20명의 선배·동료들의 도움과 협력이 있었기 때문에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었다며 여름철 무더위쯤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그와 계속된 인터뷰에서의 느낌은 장 씨뿐 아니라 고로 근무자들은 최고 경영진 마인드에 버금가는 현장철학과 애사심으로 똘똘 뭉쳐져 있는 듯 했다.장 씨를 비롯한 4고로 직원들이 진정한 ‘고로쟁이’가 될 수 있도록 담금질을 해준 고로쟁이 30년차 김승룡 파트장(50).그는 “매일 눈 뜨면 출근할 곳이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하다. 자식 같은 우리 4고로가 매일 1만4천 톤의 좋은 쇳물을 만들어줘서 너무 고맙다”라며 최근 폭염으로 사람보다 고로에 문제가 생길까 봐 더 큰 걱정을 했다. [경상매일신문=강동진기자]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 제보하기
[메일] jebo@ksmnews.co.kr
[카카오톡] 경상매일신문 채널 검색, 채널 추가
유튜브에서 경상매일방송 채널을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