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문화도시 포항’을 만들기 위해 씨를 뿌리는 사람들 중 한 명이 되고 싶어요. 시민들과 예술가들이 함께 보고 듣고 즐기는 문화 도시. 생각만 해도 설레지 않나요?”포항의 유일한 아트갤러리 ‘빛’의 이나나(49ㆍ사진) 관장은 ‘문화도시 포항’을 만들기 위한 열정을 지닌 예술가다.지난 2015년 4월 개관한 갤러리 ‘빛’은 포항 시내인 중앙상가 아웃도어 거리의 몽벨 건물 2층에 위치해 있다.갤러리지만 카페를 겸하고 있으니 부담감 따윈 툭툭 털어버리고 올라가면 된다.성큼성큼 계단을 올라가 갤러리 안으로 들어서면 흰 벽 곳곳에 걸려있는 작품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향긋한 커피 한 잔과 함께 둘러보면 미지의 영역이라는 예술의 세계라 할지라도 호기심과 함께 메말라 있던 감수성이 꿈틀거린다.좀처럼 느껴볼 일이 없어 생소한 그 느낌을 안은 채 이 관장과 길고 긴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23년 전, 이 관장이 결혼을 하면서 정착하게 된 ‘철강도시’포항은 문화와 예술이 싹을 틔우기엔 너무나도 척박한 환경이었고, 지금까지도 여전하다.뛰어난 실력을 갖고도 좀처럼 주목받지 못하는 지역 내 작가들과 점점 침체돼 가는 중앙상가 거리, 밖으로 나와도 보고 듣고 즐길 게 없는 시민들 등.이런 현실 속에서 갤러리 ‘빛’은 ‘예술로 재생되는 구도심’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개관해 이름답게 싹을 틔우는 빛줄기 중 하나가 되고 있다.이 관장은 “수도권이나 외국에 비해 포항은 문화예술에 대한 환경은 열악하지만 재능을 가진 작가들이 많다”며 “지역 작가들을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시민들과 소통까지 할 수 있는 ‘장’의 역할을 하길 바라는 마음에 열게 됐다”고 밝혔다.그 바람대로 그는 이곳에서 후배이자 동료인 작가들을 위해 무료로 전시할 수 있도록 ‘우리 지역 스타 작가 알아보기 기획 초대전’을 기획, 진행하고 있다.작품 소개 팜플렛엔 작품에 대한 깊은 이해와 작가에 대한 크나큰 애정을 담아 직접 소개글도 적는다.‘갤러리’라는 장소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카페를 겸하고 있다 보니 작가 전시회 외에도 종종 대학생들의 세미나 장소로도 애용된다.이처럼 아트갤러리 ‘빛’이 시민과 예술가의 내부적인 소통의 장이라면, 외부적인 소통의 장은 ‘중앙상가 프리마켓’이다.‘중앙상가 프리마켓은’ 이 관장이 예술가, 시민, 상인회 등 모든 입장을 겪어가며 마련한 결과물이다. 특히 소통에 익숙지 않던 예술가들을 과감히 거리로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이 관장은 항상 작가들에게 ‘예술은 귀족이 돼선 안 된다’, ‘그들만의 리그라는 틀을 깨야 한다’등의 얘기를 한다고 한다.다 함께 즐기고 교류하기 위해선 시민들에게 먼저 다가가고, 소통해야 한다는 것이다.이 관장은 “프리마켓을 통해 바라는 게 있다면, 예술인 전체가 단단하게 뭉쳐 포항시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포항 시내가 어디냐’고 물었을 때 자신 있게 대답하고 소개해 주는 것”이라고 밝혔다.예술가 외에도 도시재생 코디네이터 교육도 수료한 만큼 시내가 한없이 고요한 ‘싱크홀 현상’의 무서움도 잘 알고 있다.그는 “도시 재생을 위해선 예술의 활용이 중요하다”며 “포항 중앙상가 건물 곳곳에 빈 공간을 청소년들과 예술가들을 위한 갤러리, 창업공간 등 ‘장’으로 활용하면 자연스럽게 침체된 상권도 활성화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물론 척박하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꽃을 피우기란 쉽지 않다.그래서 이나나 관장은 말한다. 때로는 이 모든 게 힘들어 그만 두고 훌쩍 떠나고 싶을 때도 있다고.그럼에도 불구하고 포항을 문화도시로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 하는 건, 시민으로서 지역에 대한 애정과 예술가로서 작가들에 대한 애정 때문이다.이나나 관장과 예술가들이 심어놓은 씨앗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울 때까지 얼마나 긴 시간이 걸릴지는 알 수 없다.그러나 그 꽃이 피어나는 순간을 기다리는 일은 충분히 가치가 있고, 보람된 시간이 될 것이다./김놀 기자 사진=이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