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에 한국령이라고 새겨진 곳이 있다.현재 독도경비대원들이 주둔하고 있는 동도 정상(98m)의 경비대 막사 바로 옆 암벽에 새겨진 이 글씨는 ‘韓國領’(한국령)으로 가로 50cm, 세로 150cm의 크기이다.80년대부터 독도를 드나들었던 기자는 이 글씨를 볼 때 마다 독도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독도 방문객들은 이 글씨를 배경삼아 곧잘 기념사진도 찍곤 한다.지금까지 이 글씨는 1954년 독도에 주둔하고 있던 독도의용수비대가 지역 서예가였던 고 한진오 씨를 시켜 새긴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기자와 친분이 있는 고인의 유가족으로 부터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유가족의 증언에 따르면 이 글씨는 독도의용수비대가 주도한 것이 아니라 당시 정부의 요청으로 고인이 독도에 들어가 작업을 마친 것이라 했다. 철저한 보안을 지켜 달라고 해서 지금까지 입을 닫고 있었다고 한다. 또한 구태여 밝힐 필요도 없었다는 입장이다.석공 한 명을 데리고 들어가서 이곳에 작업을 한 후, 동도와 서도 암벽 4-5곳에 우리 영토 표식을 더 해 놓았다. 고인은 정부로부터 받은 사례비로 부인에게 금목걸이도 선물했다고 한다. 유족들은 현재 포항, 대구, 부산 등지에서 살고 있다.증언대로라면 당시 이승만 정부는 6.25 전쟁의 와중에서도 일본의 독도 침탈에 맞선 울릉도 청년들을 물 밑 지원하면서 독도가 우리 영토라는 표식도 한 것이다.풍전등화처럼 흔들리고 있던 조국 산하의 애절함과 절박함을 그곳에 아로 새긴 반면, 전쟁으로 인해 일본의 지원이 절실한 당시 독도를 우리 영토라고 큰 소리 한번 못치고 일본 몰래 글씨를 새겨야 했던 비참하고 굴욕적인 역사의 현장인 것이다. 현재 일본의 독도야욕은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한 치의 후퇴도 없다. 여기에 반해 우리 정부의 독도 수호사업은 날로 후퇴하고 있다. 독도 방파제 건설, 독도입도센터 건설, 유인도화 사업, 독도해양과학기지 건설 등은 설계용역까지 마치고 초기 예산도 확보 했던 상태에서 유야무야됐다. 이에 반해 우리 국민들의 독도사랑은 임진왜란 당시 의병들처럼, 들불처럼 번져 나가 독도 방문을 줄 잇고 있다. 나라가 어려울 때 마다 국민들이 나서고 있는 것이다. 나라를 빼앗겨 봤던, 동족상잔의 비극적 아픔을 겪어 봤던 국민들이 나라사랑, 영토보전에 힘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IMF때는 금모으기로, 연평해전에서는 죽음으로, 비무장지대 지뢰도발엔 부상당한 몸으로 동료를 구하며 제대까지 연기하면서 까지 나라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독도만 생각하면 늘 마음이 착잡해진다. 뭉어리가 져있다. 정부의 이상하리만큼 조용하고 답답한 독도정책에 한 때는 울화통이 터졌지만 이젠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고 있다. 그러나 솔직히 아플때가 더 많다. 북한의 핵에 대응하는 방어적 무기인 사드 배치로 온 나라가 분열되고 시끄럽다. 안타깝다. 일본은 이런 내부 분열을 얼마나 좋아 할지. 비단 일본 뿐이겠는가.이 나라를 이끄는 관료, 정치 지도자들의 유비무한 정신이 절실한 때다. 선동과 무책임이 아니라 대안을 제시하면서 국민들을 안심, 설득시키고 용기와 희망을 줘야 한다. 힘을 모아야 한다.이제 다시는 몰래 숨어서 ‘한국령’을 새기는 비극이 이 땅에 있어서는 절대 안된다. 절대 잊어서도 안된다. 부끄러운 역사를 잊는 민족은 또 다시 그런 역사를 반드시 겪기 때문이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 제보하기
[메일] jebo@ksmnews.co.kr
[카카오톡] 경상매일신문 채널 검색, 채널 추가
유튜브에서 경상매일방송 채널을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