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필휘지(一筆揮之)`의 매력에 푹 빠져 15년간 서예를 공부해 온 희원(喜圓) 정수진이 올해 첫 포항시 지역우수작가로 선정돼 초대전을 가진다. 포항시시설관리공단이 주관한 이 전시는 오는 27일부터 7월 3일까지 포항시립중앙아트홀 1층 전시실에서 펼쳐진다. 정수진은 이번 초대전의 타이틀을 옛 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법고창신`으로 두고 서예와 문인화, 서각, 전각 등 다양한 작품 58점을 선보인다. 작가는 "서법에 벗어나지 않으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는 취지에서 법고창신을 썼고, 마지막에는 마음이 동요되지 않는 부동심으로 구성해 지금처럼 공부하겠다는 것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23일 희원서실에서 그를 만났다.
- 서예는 언제부터 했나.공부를 시작한지 15년 정도. 어릴적 초등학교 6년간 학교대표로 사생대회에 출전하기도 했었지만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자연스레 멀어졌다. 결혼과 출산 후 아이가 유치원에 입학했을 무렵,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어릴적 접어둔 서양화와 서예를 같이 시작했다. 7년 정도 하다보니 두개 다 놓칠 순 없어 한 분야에 올인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필휘지의 매력이 좋아 서예에 올인했다. 그때부터 밤새워 미친듯이 공부했다. 어떤때는 밤이 새는지도 모르고 공부하다 새소리가 나길래 창문을 열어보니 아침이 밝았더라. 그정도로 심취했다. 새벽이 온지도 모르고 공부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 힘든 적은 없었나. 초대작가도 되고 10년 이상 공부하다보니 슬럼프가 왔다. 도대체 내가 뭘하고 있는가, 제대로 공부하고 있는가를 고민하게 됐다. 딜레마에 빠지게 된 것. 그래서 혼자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한일자를 긋게 됐다. 그러나 당시에는 선생님들이 아무리 잘 가르쳐줘도 뭔가 가닥이 잡히지 않았다. 고민 끝에 제도 하에 들어가 공부를 해보자 결심해 대학원을 가게 됐다. - 대학원 공부는 어땠나.대학원에 들어갔지만 학부 4년 수업을 모두 청강하면서 기초를 닦고 대학원에서는 전공과정을 밟았다. 포항에서 대전까지 오가면서 일주일의 절반은 찜질방에 자면서 2년간 공부했다. 학교에서 명물이 됐다. 공부하는데에는 부끄러움이 없더라. 졸업할때가 다가오니 강의실을 떠나기 싫더라. 아직 공부할게 많은데 2년이 너무 짧고 아쉬워 눈물이 났다. 앞으로 어떻게 공부해야하나 막막했다. 목표가 없으면 공부가 안될거 같아 개인전을 목표로 잡았다. 졸업논문이 끝난 지난해 1월부터는 교수님을 찾아가 사사받았다. 현재도 주말마다 ktx를 타고 올라가 오전에는 부천에서 소정 전윤성 교수님에게 글을, 오후에는 천안에서 화정 김무호 교수님에게 그림을 배우고 있다. - 전시 준비는 어떻게 했나. 대학원 2년을 마치고 교수님들 찾아다니며 공부한 모든 시간들 약 3년 반. 이 기간이 전시회를 준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지역우수작가는 지난해 7월 선정돼 준비하게 됐다. 지역에서 이런 기회가 드문 만큼 하고 싶은 이들이 많은 가운데 선정된 것인만큼 최선을 다했다. 또 포항시와의 약속이니까. 자신 있고 어느 정도 확실히 됐을때 주변에 알려야 겠다 싶어 불과 1주일 전에 엽서가 나오면서 인사를 다녔다. 축하해주신 분들에게 모두 고맙다는 인사 전하고 싶다. - 이번 전시 작품 소개.난, 국화, 매화, 소나무, 목련, 파초, 연, 모란, 죽, 포도 등 십군자를 표현했다. 입신양명을 뜻하는 쏘가리인 궐어를 비롯 지혜와 부귀를 상징하는 부엉이 등을 담아냈다. 대작으로는 540x200cm 크기로 금문 서체를 써내려갔다. 특히 연폭대나무병풍은 대나무 숲에 들어간 시원한 느낌이 든다. 광개토대왕비문의 서체로 담은 8폭병풍은 탁본한 것처럼 돌이 깨진 듯한 비문의 느낌을 살렸다. 이외에도 전서, 행서, 산수화, 문인화 등이 있다. - 다양한 분야를 섭렵하고 있다.서예에는 문인화, 서각, 전각 등이 있지만 근원은 서예다. 서예를 하게 되면 서법을 배우는데 이것을 응용해 그림에 적용하면 화법이 된다. 나무에 하면 서각이 되고, 돌에 하면 전각이 된다. 어느 것 하나 서예에서 벗어나지 않는다.`하나만 하지 왜 여러개를 하느냐`는 이야기를 종종 듣곤 한다. 그런 만큼 각각의 분야에 조금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뒤떨이지지 않게끔. 남들도 도전을 안해서 그렇지 나처럼 열정과 시간을 투자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다. - 앞으로의 목표는. 서예 매력이 뭐냐면, 죽을 때까지 공부해도 다 못한다. 어떤 학문이던 마찬가지겠지만 서예라는 바늘구멍에 들어가보니 엄청난 세계가 있더라. 끊임없이 학문을 해야지만 좋은 글, 그림을 할 수 있다. 공부를 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예법을 써도 그 의미를 가슴에 담을 수가 없다. 어느 정도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작품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는 만큼 언제인지 예상할 순 없지만 향후 개인전을 선보이지 않을까. 그리고 서실을 운영하면서 지도자가 되다보니 내가 손으로 다 표현해내지 못하는 이론지식, 즉 대학에서 공부한 것을 후학들에게는 전해주고자 하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 [경상매일신문=최보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