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도 결국 국민의 바람을 져버렸다. 19대와는 달리 새로운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는 두달도 안돼 사라졌다. 7일 의장을 선출해야 원구성을 할 수 있는데도 합의를 하지 못한 채 남의 탓만 하고 있다. 자신들의 집단이익에만 매몰 된 모습에서 총선에서 패배한 책임 있는 여당의 모습은 물론 여소야대를 만든 야당의 행동 역시 국민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그들의 마음속에 국민은 사라졌다. 국민을 의식했다면 이렇게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선거만 끝나면 우월적 지위가 바뀌는 대한민국 정치의 현주소를 20대 국회는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20대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시작부터 대한민국 국회는 정말 국민들을 피곤하게 한다는 시각이 강하다. 원구성 협상이 난항을 겪는 것은 위원장 배분문제다. 청와대 등을 관장하는 핵심위원회 자리를 놓고 혈투를 벌리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의장요구도 당초에는 그런 선상일 것으로 정가는 해석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원내 1당이 아닌 새누리당이 집권당이라는 이유만으로 정말 의장자리를 노리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정치가 신뢰를 잃은지 오래됐지만 국민들은 새누리당의 의장에 대한 집착을 이해하지 못한다. 의장은 애시 당초 새누리당의 관심밖에 있었다. 20대 총선결과의 그 민의를 따르겠다며 의장을 내주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던 것이 두달도 되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국민과의 약속 등을 내세우며 나락으로 떨어진 신뢰회복에 나서는 모양새였다. 정권연장의 위기의식을 느낀 새누리당이 도덕적 우월성을 바탕으로 재도약하려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그러나 새누리당이 속내는 이내 드러났다. 불과 2달도 되지 않아 대국민 약속은 물거품이 됐다. 새누리당의 주요상임위원장 확보를 위한 의장요구가 아니라 진정으로 의장을 맡아야겠다는 욕심을 드러낸 것이다. 총선의 민심을 얘기하며 절치부심 거듭나겠다던 새누리당은 사라졌다. 국민들은 이제 새누리당이 무슨 말을 해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게 됐다. 뼈를 깎는 고통 등의 미사여구를 믿는 국민들이 얼마나 될까. 새누리당 성향의 무소속 의원 영입은 이런저런 이유로 미루면서 이런 몽니를 부리는 것은 옳지 못하다. 의장자리를 유지하고 싶다면 도덕적 비난을 무릅쓰고라도 저들의 영입에 나서면 그나마 절차상의 문제는 없을 수 있다.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기대하는 국민들에게 더 이상의 실망을 주지 말아야 한다. 대화와 타협을 통한 신뢰의 정치, 희망의 정치, 소통의 정치를 만들어 가길 기대한다. 희망이 없는 시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에게 국회가 무엇을 보여줘야 할지 잘 생각해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