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선수들의 가족사랑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겸손함과 상대방에 대한 배려로 ‘골프의 정신을 다시 일깨운다’는 찬사를 받고 있는 톱랭커 조던 스피스는 자폐 장애가 있는 일곱 살배기 여동생 엘리를 살뜰히 보살피다가 자선재단을 만들고 골프외의 거의 모든 시간을 장애 특수학교 등에서 봉사로 일관하고 있다.당대의 고수들도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무너져 내리곤 하는 마스터즈 대회 우승 후 자신의 정신적 힘은 여동생에 대한 사랑과 응원에서 출발 한다‘고 고백할 정도이다. 맏아들인 그는 정신연령이 다섯 살에 머물러 있는 여동생을 위해 매 대회 마다 그녀가 제일 좋아하는 열쇠고리 선물을 챙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모든 우승소식을 제일 먼저 전하는 사람도 당연히 여동생 몫이다. 나에게 골프로서의 삶은 2차적인 문제이며 엘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족이 휠씬 중요하고 소중하다. 그의 특별한 가족이야기가 부럽기만 하다. 또 헌터 메이헌은 케나다 오픈에서 2라운드까지 13언더파 선두를 달린 강력한 우승 후보였지만 예정보다 빨리 아내의 출산이 임박했다는 소식을 접한 후 아내의 출산이 우승보다 훨씬 소중하다며 기권 의사를 밝힌 후 아내 곁으로 향했다.PGA투어 윈덤 챔피언십에서 연장 두 번째 홀까지 가는 접전 끝에 극적인 우승을 차지한 패트릭 리드는 우승의 가장 큰 원동력으로 케디 간호사 아내의 조언과 격려가 결정적이었다고 모든 공을 아내에게 돌리고 있다. 결혼 전까지 수많은 대회에서 고작 11위를 한 것이 최고의 성적이었지만 아내가 케디 백을 맨 이후 실력이 급상승하여 여러 개 대회에서 베스트 10에 포함되더니 급기야 우승컵까지 들어 올린 것이다. 가족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를 가장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아닐까 한다. 조금 다르긴 하지만 유럽의 상금 왕 마틴 카이머는 많은 돈 잔치로 유명한 PGA 특급대회참가를 미룬 적이 있었다. 프로 골퍼의 꿈을 이루기 위해 퀄리파잉 스쿨에 출전하는 여자 친구의 케디를 자처했기 때문이다. 세계정상급 18명만 출전하는 120만 달러의 우승상금을 뒤로 하고 여자 친구의 꿈을 위해 캐디백을 맨 카이머의 용기와 결단이 그저 부러울 뿐이다. 우리나라 최운정 선수도 예외는 아니어서 각종 LPGA 157번의 도전 끝에 캐디아빠와 피워낸 우승꽃에 대한 가족사랑 이야기가 정겹기만 하다. 천직인 경찰생활을 그만두고 딸의 캐디를 자처한 드라마 같은 한 아버지의 순애보 이야기가 우리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아버지는 세계최고의 캐디라며 아버지가 아니면 우승하기 어려웠을 것` 이라는 첫 우승 소감도 참으로 인상적 이었다. 기부천사 KLPGA 김혜림은 투어 최초의 아너소사이어티 (사회복지 공동모금회 1억 이상 기부자) 멤버이다. 그녀는 모든 상금의 10%를 기부하고 있고 첫 우승 상금은 전부 기부하겠다는 약속을 지킨 착한 숙녀이기도 하다. 부모가 대출을 받아야 할 만큼 넉넉하지 못한 생활을 하고 있지만 힘들고 어려운 이웃은 다 우리의 가족이라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말 한다. 가족의 범위가 나날이 축소되어가는 이기적인 시대에 모든 이웃을 가족으로 생각하는 김혜림 선수가 대견하기만 하다.말은 쉽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일을 하고 있는 것도 바로 아름다운 가족에서 시작되고 있다. 가족의 가치가 날로 황폐화 되어가고 있는 이 시대에 프로골퍼 선수들의 아름답고 감동적인 가족 사랑을 보면서 우리는 과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그 해법을 찾기 위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돈으로 호화롭고 비싼 집은 살 수 있지만 행복한 가정은 결코 살수가 없다`는 말처럼 천문학적인 상금도 욕심내지 않고 가족을 위해 헌신하고 배려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삶의 기준과 정답이 어디에 있는가를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 흐뭇하기만 하다. 가정의 달 5월의 끝자락이자 여름이 오는 길목에서 골프선수들의 가족 사랑이야기가 우리의 마음을 행복하고도 애잔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