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열장에 가득한세계 방방곡곡에서 온 편지자신을 던져상처를 보듬겠다는유서를 읽는다약을만든 사람과 먹는 사람마음이 교차하는 곳다독이는 말 한 마디가더 복음시의 산책로-온갖 약품으로 채워진 하얀 진열대, 그리고 흰 가운을 입은 약사가 있는 약국 안은 우리에게 익숙한 풍경이다. 단골손님이 찾아오면 약사는 그 손님의 내과적 형편을 거의 다 읽고 있는 경우도 많다. 약국이 귀하던 시절엔 약사의 손길이 오늘날보다 더 많은 정감과 신뢰를 주었었다. 국내에서 제조된 약품 외에도 선진국에서 물 건너온 비싼 약품도 많아 약품이란 알고 보면 참 소중한 것이다. 약품에는 가급적 많은 매출로 수익을 내야 하는 제약사의 경영이념 외에도, 인류의 질병이나 상처를 치유하리라는 약학자, 과학자의 숭고한 정신도 다분히 스며 있다. 다만 약품은 소모품이므로 그 목적을 이행하면 목적물은 소멸된다. 실상은 유서마저 발견되지 않는 죽음인 것이다.약품을 ‘편지’ ‘유서’ 등의 시어로 대체해둔 화자(話者)의 비유가 단호하다. 화자는 약을 건네는 약사의 손길에 복음과도 같은 인간미가 배 있다고 보고 있어 이 시는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