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품을 차별해 지급하려고 했던 첫 발상부터가 오해의 소지를 남겼다.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이전행사의 주인공은 당연히 한국수력원자력 임직원들이다. 자신들이 머물고 일할 공간을 짓고 그 시작을 알리는 공식행사이기 때문이다. 시민들과 유력인사들은 초청인사일 뿐이다. 신분 차별 없이 다 같은 초청자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고 보면된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결국 신분 차별이 이뤄졌다. 누구에게는 고가의 기념품을, 그리고 일반시민들에게 저가를 제공한 것이다. 굳이 차별화를 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선 뜻 이해되지 않는다. 한수원은 지난 27일 본사 이전행사를 갖고 본격적인 경주시대의 막을 올렸다. 이날 행사에는 주형환 산자부장관, 김관용 경북도지사, 김석기 국회의원당선자, 최양식 경주시장, 권영길 경주시의장, 도의원 등 내외귀빈과 지역주민 등 8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한 개막행사를 가졌다.한수원은 이날 참석한 귀빈들과 지역주민들에게 감사의 표시로 기념품을 제공했다. 귀빈용은 재현품인 신라시대 금제 태환식 귀고리 액자세트로 개당 가격이 약 15만원선, 이와 함께 관계자들에게 제공된 유기 수저세트는 개당 5만원, 그 외 일반주민들에게는 1만원 내외의 우산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대부분 행사의 경우 귀빈용과 일반용을 따로 나누지 않는 것에 비하면 이번 경우는 신라의 골품제처럼 계급에 따라 귀빈, 관계자, 일반 시민 등의 순으로 선물 등급을 매기는 행태를 보였다. 그러나 이런 선물행태는 사실 주민들의 희생 없이 방폐장 유치가 힘들었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되지 않는다. 비싸지는 않지만 기념할 정도의 일반적인 선물을 더 많이 만들어 인근지역주민에게 나눠줬으면 어땠을까 싶다. 집들이 기념으로 떡을 돌리는 것처럼 말이다.총선이 끝난지 한달도 되지 않았다. 지난 총선때 무릎을 꿇고 연신 유권자를 극진히 모시겠다던 저들에게는 아마도 일반인과는 다른 기념품이 전달됐을 것이다. 저들이 선출직에 나서는 이유도 그런 차별성 때문일 수도 있다. 한수원은 그것을 잘 알고 실행에 옮긴 것일까? 기념품을 누구에게 무엇을 주는지는 전적으로 한수원에 달려있다. 그것이 보편타당하고 객관성을 확보 할 수 있다면 문제될 것 없다. 그러나 힘 있는 유력 초청자에게 비싼 기념품을 지급하고 일반시민들은 그저 그런 기념품을 줘도 된다고 생각한 그들의 천민적 자본주의 사고방식이 아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