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가해업체 불매운동으로 응징해야 한다.2011년 봄, 서울 A병원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던 임산부 다섯 명이 연쇄적으로 사망했다. 공통된 사인은 급성 폐질환. 원인도 치료법도 몰라 소위 ‘걸리면 죽는다’는 괴담이 산모들 사이에서 돌기도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산모들이 의문의 질환으로 사망하기 3년 전 봄, 똑같은 증상으로 영유아들이 사망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산모와 아이들을 중심으로 매년 봄이면 발생했던 이 괴질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보건당국의 역학조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질병관리본부는 가습기 살균제나 세정제가 위험요인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후 동물 흡입 독성실험과 전문가 검토 결과 폐손상의 원인이 살균제로 드러났다. 건강을 위해 첨가한 물질이 오히려 치명상을 입힌 독성물질로 판명돼 큰 충격을 가져왔다. 환경보건시민센터가 파악한 피해자 수는 사망자 228명을 포함해 1천528명에 달한다.일부 유족은 2012년 8월 피해대책 시민위원회, 환경보건시민센터와 함께 제조업체를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옥시레킷벤키저(옥시), 롯데마트, 홈플러스, 이마트, 코스트코코리아, 애경산업, SK케미칼 등 17개 업체가 고발됐다. 검찰은 사건을 경찰에 내려보내 수사를 지휘했다.`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이 지난 27일 옥시 전 대표를 소환해 17시간 조사를 하고 구속을 장담하고 있다. 자료 조사 위주에서 벗어나 조만간 첫 사법처리 대상자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2011년 5월 첫 사망자가 나온 지 5년 가까이 흐른 가운데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얼마나 진상 규명이 이뤄질지, 어느 선까지 형사처벌을 받게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지난 1월 특별수사팀을 꾸린 검찰은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 `홈플러스 가습기 청정제`, `세퓨 가습기 살균제` 등 4개 제품이 폐 손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사실을 확인했다.그러나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의 최대 가해업체인 영국계 다국적기업 옥시가 자기 입맛에 맞는 실험 결과가 나오도록 유도한 정황도 포착됐다. 옥시는 또 봄철 황사나 꽃가루 등 황당한 가능성을 언급한 데 이어 피해자들이 가습기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책임을 돌리는 “오염된 가습기 때문에 폐손상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자료를 내놔 ‘적반하장’격인 처사(處事)를 하고 있다.롯데마트 역시 가습기살균제 사망사건과 관련, 겉과 속이 다른 행보로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18일 공식사과와 함께 100억원대 보상을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정작 법원의 강제조정 결정에 이의를 신청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이다.그 동안 롯데마트는 다른 제조·유통업체와 마찬가지로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에 대해 관망하던 자세를 취해왔는데, 검찰이 지난 2월 특별수사팀을 꾸려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인 옥시레킷벤키저 등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음이 알려지자 뒤늦게 사과하며 불순한 의도를 드러냈다는 것이다.가습기살균제 가해업체들의 파렴치 한 행위에 대해 피해자와 가족모임, 환경보건시민센터, 녹색소비자연대, 한국소비자연맹 등 시민사회단체들 회원들이 가습기 살균제 기업들이 법적 책임을 지겠다고 할 때까지 옥시 상품 불매를 시작으로 대국민 소비자 운동으로 확대하기로 선언한 상태이고 실제로 옥시 제품의 판매가 급감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물티슈에서도 가습기살균제 유해물질이 검출돼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30개 제품 중 23개 제품에서 유해물질이 발견되고 그 유해물질은 가습기 살균제 사고의 원인으로 알려진 4가지 물질 (PGH, PHMG, CMIT, MIT)이 포함되어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흡입이 아닌 피부 접촉에 의한 경우의 유해 여부에 관해 입증된 바가 없다지만 최근 영남대학교가 물고기를 대상으로 한 실험결과에서 물티슈와 20번 이상 접촉을 한 후 피부노화를 촉진시키는 멜라닌 색소가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티슈는 공산품으로 분류되어 유해물질 검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물티슈 외에도 세제, 핸드워시, 콘택트렌즈 세정액, 유아용 살균스프레이 등에서도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검출돼 충격을 주고 있다.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의 가해업체들에 대한 현재까지의 조사 결과로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환경단체와 학자들은 "옥시는 살균제 원료인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가 흡입시 독성이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으나 이를 무시하고 계속 판매를 했다"며 살인죄 적용을 주장하고 있다.그러나 불안감이 엄섭하는건 어쩐일인지 모르겠다. 검찰 수뇌부의 바람이나 일부 매체들의 촉구성 기사에도 불구하고, 아직 수사팀은 옥시 영국 본사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수사를 요청할지 뾰족한 묘안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영국 본사는 수사도 못 해보고 몇몇 개인을 형사 처벌하는 선에서 수사가 마무리된다면 어떡하나 하는 불안감이 현실화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종종 그러하듯이 용두사미(龍頭蛇尾)로 마무리 되는 구태를 답습해서는 않된다.사건발생 5년만에 시작되는 검찰 특별수사팀의 가습기 살균제 수사가 그동안 뼈아픈 고뇌를 격어왔을 피해자들의 입장에 서서 신속하고 명쾌한 처리로 마무리 되야 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