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으면 악기가 되지어머니는 타악기가 되어움직일 때마다 캐스터네츠 소리를 내지아버지가 한때 함부로 두드렸지잠시 쉴 때마다자식들이 신나게 두드렸지황토 흙바람 속에서도 두드렸지석탄먼지 속에서도 쿨럭 거리며 두드렸지뼈마디마다두드득, 캐스터네츠는 낡아갔지이제 스스로 연주하는 악기가 되어안방에서 찔끔, 베란다에서 찔끔, 박자를 흘리고 다니지시 읽기 =내 몸의 원천이었던 집이고 한 몸이었던 어머니가 어느새 늙어버리셨다. 쪼그라지고 가벼워진 어머니를 생각하면 금방이라도 눈물이 우르르 쏟아져 내릴 것 같다. 한때는 누구의 소중한 딸이었고 여자였던 어머니는 눈여겨 봐 주거나 알아주는 사람도 없는 무조건희생의 날들의 그 된바람을 견뎌내느라 망가진 몸만 남았다. 시인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마구 부려먹던 어머니가 마치 캐스터네츠 같다고 새롭게 비유한다.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기발한 재해석이다.한때는 아버지가 함부로 두드렸고, 잠시 쉴 때마다 자식들이 신나게 두드렸던 캐스터네츠, 황토 흙바람 속에서도 두드리고, 석탄먼지 속에서도 쿨럭 거리며 두드렸던 어머니는 캐스터네츠였다. 가족들이 두드리는 대로 낡아가다가 이제는 안방에서 찔끔, 베란다에서 찔끔, 움직일 때마다 박자를 흘리고 다니며 스스로 연주하는 악기가 되어버린 것이다. 마구 두드려도 되는 줄로만 알았던 어머니는 이제 두드리지 않아도 움직일 때마다 두드득, 뼈마디가 삐걱거리는 소리를 낸다. 아니 이제는 아예 스스로 연주하는 캐스터네츠가 되 버리셨다. 무조건의 희생을 기꺼이 감행하고 껍데기만 남은 어머니께 무얼 되돌려드릴 수 있을까? 애처롭고, 안타깝고, 한없이 미안하고 죄송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