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앉아있으면 경찰서 밖에서, 학교 밖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습니다. 오늘도 어딘가에서 외롭게 방황할 청소년들을 위해 항상 발로 뛰어야죠.”포항남부경찰서 학교전담경찰관 황선국(35) 경장의 출근은 오전 8시보다 빠르고, 퇴근은 오후 6시보다 늦다. 이는 학교전담경찰관 홍보 및 각종 캠페인 활동, 학생 및 학부모 대상으로 학교폭력 예방 등에 대한 강의 준비, 청소년 선도 등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기 때문이다.10여 년 전, 군대 제대 후 미래를 고민하던 20대의 황 경장은 군대생활을 하며 봐왔던 청와대 경호팀을 떠올리며 경찰 공무원을 준비했다.그렇게 피나는 노력 끝에 지난 2010년 순경으로 경찰세계에 첫 발을 내딛은 뒤, 2014년 2월 학교전담경찰관으로써의 생활을 시작했다.학교전담경찰관 제도는 지난 2011년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이 발생한 이후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가해학생 선도, 피해학생 보호 등을 위해 2012년에 만들어진 제도다.황 경장은 “나 역시 사춘기를 거치며 무수히 많은 고민과 방황을 겪었다”며 “그래서 엇나간 청소년들의 심정을 다른 경찰관보다 좀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고, 그만큼 아픈 상처를 어루만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 지원했었다"고 이유를 밝혔다.하지만 막상 학교 밖으로 나온 황 경장에게 탈선한 청소년들과의 거리는 훌쩍 지나가버린 세월만큼이나 멀었다.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현실 속에서 지금의 청소년들은 예전보다 훨씬 거칠었고, 저지르는 사건‧사고의 ‘스케일’도 남달랐다.게다가 적대감을 갖고 있는 대상인 어른, 그 중에서도 ‘경찰’에게 쉽사리 마음을 열 수 있는 청소년은 없었다. 그 어떤 이야기도 들어줄 준비는 돼 있었지만 정작 청소년들은 말 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좀처럼 곁을 내주지 않는 청소년들 때문에 당황스럽기도 하고, 녹록치 않았지만 황 경장은 묵묵히 학교전담경찰관으로서의 역할에 집중했다.권위적, 강압적인 모습보단 친근하고 다정한 모습으로 다가가고, 방황하거나 혹은 말 못할 고민을 안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고 싶었다.이를 위해 학교폭력 예방 캠페인을 시행하면서 존재를 인식시켰고, 학생들이 메신저를 통해 고민을 털어놓으면 사소한 일일지라도 학생의 입장에 초점을 맞추고 들어주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이러한 노력들이 점차 빛을 보면서 황 경장은 학교에서 ‘경찰 아저씨’, ‘경찰 선생님’ 등의 호칭으로 불리며 더 많은 학생들이 고민 상담, 신고 등을 할 정도로 학생들과 가까워졌다.마음을 열지 않던 탈선 청소년들도 템플스테이, 문화유적 탐방 등의 선도프로그램을 통해 조금씩 가까워지면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고, 그 때마다 황 경장은 하나하나 귀 기울여 들으면서 진심어린 조언으로 이들의 내면을 다독여나갔다.그렇게 해온 지 벌써 2년 2개월.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황 경장은 또 다른 학교전담경찰관 박태근 경위와 함께 지난 2015년 경북도 상반기 학교전담경찰관팀 1위, 개인으로는 2위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황 경장은 “짧은 기간에 이뤄낸 성과이기에 기쁘기도 했지만 지금보다 더 큰 책임감을 느끼고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이어 “소년범이었던 아이들이 마음을 다잡고 새로운 출발을 시작하고, 간혹 경찰을 꿈꾸며 물어볼 때마다 내 노력과 고생을 보상받는 기분”이라고 말했다.학교전담경찰관 제도가 시행된 지 4년 째.처음엔 교권 침해 등을 우려하며 이 제도를 꺼렸던 학교에서도 학교전담경찰관이 학교 안팎으로 청소년들에게 든든한 존재로 자리 잡자 이젠 먼저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그러나 할 일을 직접 찾아서 해야 하는 부서의 특성상 아직까지도 지원자가 많지 않아 구석구석까지 세심하게 관심을 기울일 수 없다는 어려움이 있다.황 경장은 “학교전담경찰관을 하는 동안엔 최선을 다 할 것”이라며 “만약 학교폭력으로 괴로운 상황에 처해 있거나 새로운 출발을 시작하고 싶은데 어려운 청소년들이 있다면 주저 없이 학교전담경찰관을 찾아달라”고 당부했다.늘 탈선 청소년을 위해 직접 학교 밖으로 나서는 학교전담경찰관 황선국 경장. 그의 숨 가쁘게 지나가는 하루하루가 고민 많고 방황하는 청소년들에게 따뜻한 희망이 되길 기대해본다.[경상매일신문=김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