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먼지 자욱한 오월 들판그날의 함성처럼 촛불이 켜졌다반만년을 피고 지며 이 땅의 봄을 지켜온 그 민들레새 생명 찾아 비상하던 홀씨들 불임의 씨앗인 채로 남아뜨거운 아스팔트에서 목이 타는데어김없이 봄은 오고21세기 거대한 문명은 이미 너의 안녕쯤 안중에도 없다이 휘황한 새 시대그래도 버릴 수 없는 유산으로너는 또다시 홀씨를 날려 보내고이 땅 곳곳에 군락지어 뿌리내린 질박한 우리의 삶시의 산책로=민들레는 생명력이 질긴 여러해살이풀이다. 이 땅에서 수천 년 피고 지며 우리와 영욕(榮辱)을 함께 한 봄의 풀이다. 홀씨를 퍼뜨려 삶을 영속시키는 일은 인간이 유전자를 통해 후손을 남겨 결국 자신이 영원히 살게 하는 원리와 같다. 생명체는 숙명적으로 죽지만 동시에 유전자를 통해 영원히 살 수 있는 특권을 지닌다. 반드시 죽는 것처럼 보이나 모두가 죽지는 않는 것이다. 문명은 진화해가는 중에도 초목을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 그러나 민들레가 하늘의 새처럼 존재하는 건 위대한 대자연의 법칙이다. 시의 화자(話者)는 민들레의 고난을 우리 민족사에 빗댄다. 어쩌면 동일시(同一視)를 통한, 민들레에 대한 동정(同情)이며 우리들에 대한 위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