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집 속에 그를 두고 온 뒤로 나 역시 덤벙주초를 마름질하기 시작했다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마음의 절벽에삐죽삐죽 솟아나는그리움이며 뉘우침이며 외로움의 바위들을기둥삼고햇무리구름을 불러 지붕을 이고 소나기구름으로 그때그때 열을 다스렸다잘 생긴 집 한 채정자 위에 올라앉아 하늘 길 아득한얼음으로 차갑게 가슴을 식혔다가까이 오지 마라혼자서 독기를 뭉게뭉게 피어 올리며 스스로를 위리안치 하였다 누구도 더 이상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시 읽기=덤벙주초란 자연 그대로의 돌을 다듬지 않고 건물의 기둥 밑에 놓은 주춧돌이다. 그리고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소통이다. 마음의 절벽에 부딪쳐 누군가와 결별을 하고 돌아온 시인은 아쉬움과 후회가 따르는 작별을 계기로 하여 울퉁불퉁한 채로 남아있는 마음의 초석을 마름질하기 시작했다. 사람마다 각각의 생각과 습관이 다르고 삶의 방식이 다르다. 결코 완벽하거나 완전할 수 없는 것이 사람임을 알기에 누구도 더 이상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 시인은 스스로 중죄인이 되고, 자신을 유배시켰다는 것이다.중죄인에 대한 유배형 중의 하나인 위리안치(圍籬安置), 귀양살이의 집 둘레에 가시 많은 탱자나무를 돌리고 죄인을 배소에서 달아나지 못하게 가두었다는 위리안치를 스스로 택하고 차갑게 마음을 식혔다고 한다. 어떤 여유도 없이 철저하게 혼자가 되어 자신의 마음을 다스린다는 것이다. 참된 독거란 그런 것이다. 혼자서 독기를 뭉게뭉게 피워 올리면서 처절한 고독을 혼자 견디는 것, 수없이 부정과 긍정을 오가며 철저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것, 오롯이 혼자가 되고 마침내 단단한 버팀목이 되어서 다시 혼자가 아닌 우리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세상 속에 섞여 사람들과 부딪고 부딪히며 살다보면 가끔씩은 이렇게 위리안치가 되듯 혼자이고 싶어지는 날들이 있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 제보하기
[메일] jebo@ksmnews.co.kr
[카카오톡] 경상매일신문 채널 검색, 채널 추가
유튜브에서 경상매일방송 채널을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