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 이후 정부의 부실기업 구조조정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한 표’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 총선에서 대선이 시작되기 전인 내년 초까지의 기간이 가장 ‘적기’라는 판단에 앞서 이미 적기를 놓쳤다는 지적도 있기 때문이다.주요20개국 재무장관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 DC를 찾은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공급 과잉업종·취약업종 구조조정을 더는 미룰 수 없다”며 구조조정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전달했다.현대상선, 한진해운 등 해운사들을 직접 거론하며 해운사 구조조정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정부가 행동에 나설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다음달엔 6개 채권은행이 금융권 빚이 많은 39개 주채무계열 기업집단의 재무상황을 평가한 뒤 부실 우려 기업을 가려낼 예정이다. 정부가 이처럼 구조조정의 고삐를 죄는 이유는 대선 돌입 후에도 구조조정 작업이 계속될 경우 민심 이탈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가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한다 하더라도 어느정도 선까지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당초 여당인 새누리당은 ‘한국판 양적완화’를 총선 공약으로 내세우며, 기업 구조조정과 가계부채 문제 해결에 한국은행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국회 지형이 여소야대로 달라진 만큼 과반 여당 시절의 일방적 밀어붙이기 개혁도 더 이상은 통하기 어렵게 됐다. 야당의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야당의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얘기다. 야당의 협력을 구하기 위해선 국책 금융회사에 대한 정부와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는 금물이다. 낙하산 인사는 정책금융기관 임직원과 구조조정 기업의 도덕적 해이도 불러왔다. 벌써부터 총선에서 낙선한 정피아가 대거 ‘낙하산’을 타고 국책은행을 비롯한 공공기관의 요직에 내려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부실기업 구조조정은 한국 경제에서 어느 일보다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할 현안임에도 4·13 총선과 맞물리며 지지부진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 ‘대마불사(大馬不死, 큰 말은 죽지 않는다)’는 그간 부실 대기업의 구조조정을 가로막은 가장 큰 장애물이었다. 경제적 파급 효과가 크니 일단 살리고 보자는 논리다. 그러나 이들 기업의 연명은 단순히 개별 업체 차원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이들이 사실상 정부의 지원 아래 저가 수주전에 나서면 정상적인 업체들마저 ‘출혈 경쟁’의 도미노에 빠지며 산업 전체가 동반 부실화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대마불사’ 관행을 끊어내지 않으면 제대로 된 구조조정을 할 수 없다. 좀비기업의 가장 큰 해악은 자신과 해당 업종을 넘어 연관된 정상기업이나 모그룹을 감염시켜 함께 나락으로 떨어뜨린다는 데 있다. 그룹 내 계열사의 빚 돌려막기로 연명하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대표적이다. 한진해운이 발행한 영구채 2200억원어치를 받아준 그룹 맏형 대한항공은 자기 앞가림도 어려운 판에 그만큼의 재무 리스크를 더 떠안았다. 산업 전반에 대한 공급과잉을 해결할 구조조정작업은 이제 시작단계다. 수 조원대 적자에 직면한 기업들, 지역경제 타격도 불가피한 일이지만, 정부가 이해관계를 풀고 산업을 일으킬 마지막 기회를 또 지나칠까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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