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라는 말은 ‘여행’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일상으로부터 해방되어 어디론가 가고 싶은 마음은 언제나 가슴에 숨어 있다. 여행계획만으로도 마음은 새털같이 가벼워지고 행복감이 차오른다. 하지만 여행을 떠나면 첫걸음부터 미지와 부딪히게 된다. 낯선 도시, 낯선 사람들, 통하지 않는 언어, 달라진 환경 때문에 불안과 두려움의 연속이다. 하지만 그런 불안과 곤경 속에서도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처음 본 골목을 기웃거리고, 새로운 자연과 만난다. 고독과 불안과 위험을 딛고 자유롭고 호기심어린 여행을 계속하게 된다. 단체 관광여행의 경우 가이드의 깃발만을 쫒다 제대로 된 추억은 고사하고 싸구려 기념품만을 갖고 오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불안과 위험에 맞서기보다 깃발 뒤로 숨는 것이 편할 경우도 있다. 그래서 미리 여행지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고 나서 떠나는 것이 좋다. 만약 아름다운 깃털의 극락조나 앵무새를 보기위해 열대우림을 여행지로 택하였다면 고온다습과 모기를, 고산 지대 여행을 선택한다면 고산병을 염두에 두고 미리 대비책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최근 시가지 어디에서나 등산복차림의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유명관광지에서도 화려한 색상의 등산복의 한국관광객들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유럽등지의 현지인들이 한국관광객들에게 주는 시선은 곱지 않다고 한다. 고색의 유적과 조화되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다. 특히 소매치기들은 등산복에 전화기를 들여다보는 사람을 범행대상으로 삼는다며 가이드들이 아웃도어 재킷을 입지 말라는 이야기를 한다고 한다. 그래도 아웃도어 의류가 생활밀착형 의류로 정착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왜? 등산복 입기를 좋아할까? 물론 가볍고 따뜻한 기능성과 화려한 색상, 심플한 디자인 등의 요인도 많지만, 우리 마음속 한편에 속박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욕구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사실 살아가는 것 자체가 억압인데 정장에 넥타이로 옭아매고 싶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화려한 색채는 설산에서의 조난에 대비한 것일 뿐 문화재가 산재한 도심의 환경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믿는 유럽인들의 상식으로는 단지 편리성만 보고 선택하는 것은 에티켓에 어긋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먹거리는 어떤가? 먹는 것만큼 개인적인 것은 없다. 그렇지만 어떤 사람이 좋아한다는 이유로 한 종류의 음식만 먹기를 고집한다면 주위의 사람은 어찌해야 할까? 그의 판단이니 존중해 주는 것이 마땅할 것이지만, 그대로 내버려두면 그의 건강은 분명 나빠질 것이다. 좋아하는 음식을 먹을 자유와 질병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 먹기 싫은 것도 먹어야 한다는 진실 사이에 어떤 것이 진정한 자유일까? ‘자유’라는 말과 ‘여행’이라는 말의 뜻은 전혀 다르다. 하지만 그 말들 속에 숨어있는 의미는 같다, ‘자유’나 ‘여행’에는 ‘책임’ 이라는 의미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자유를 향한 인류의 여행은 고난의 길이였고 투쟁의 역사였다.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자유에 대해 겸손하기보다 그 자유를 방패삼아 책임지지 못할 말과 행동을 일삼는 이들이 많다. 도박과 성 매수를 자유라는 깃발로 가리고, 욕설과 비방을 일삼으며 언론의 자유를 들먹인다. 입고 먹는 것 같이 극히 개인적 사안에도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 많다. 아이가 편식을 한다면 그 부모는 편식의 문제를 알려 주고 아이의 버릇을 고쳐주어야 한다. 선택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하지만 어떤 선택이 더 좋고 올바른지를 판단할 능력에 대하여 생각해 보아야 한다. 선택이 후회로 돌아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선택은 생각의 결과물이므로 우선 올바른 생각이 우선이다. 바르게 보고, 바른 논리로 생각하고, 선택결과를 실천하고, 그 결과에 대하여 반성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생각이 깊어지고, 삶도 사람도 성숙해질 것이다.누구나 더 많은 자유를 희망한다. 하지만 공자는 일흔이 되어서야 마음대로 행하여도 법도에 어긋남이 없다.(七十而 從心所欲, 不踰矩)라고 말했다고 한다. 공자 같은 위인도 이런 말을 하였으니 우리 같은 범인에게 ‘실천의 자유’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일깨워 준다. 진정한 자유 끝은 아무도 모르지만 아직도 가야할 길은 멀고도 험한 길일 것이다. 자유로의 여정은 가벼운 등산복으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책임이라는 무거운 짐이 있는 배낭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은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