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으로 세상을 밀고 가는 저것!연초록 비로드 봄비 속을라마승처럼달팽이 한 마리 꾸물꾸물 기어가고 있다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처럼힘껏 이 세계를 떠메고 가는달팽이 한 마리봄 들판 비에 젖어제 몸으로 길을 내고 있다오! 저 빛나는 생의 오체투지시의 산책로 = 비 오는 중에나, 비 그친 직후에 달팽이를 보려면 남다른 ‘눈’이 필요하다. 그토록 천천히 움직이는 작은 물체를 찾아내기가 쉬울 리 없다. 아무데나 함부로 나타났다가 비명횡사하기 일쑤인 달팽이가 사람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얼까. 미미한 존재임에도 생명체라는 사실에는 경외심이 들게 하고, 또한 있는 듯 없는 듯 살다 사라지는 그 일생은 욕심과는 거리가 멀다. 도로를 횡단하다 산화(散華)한들 누구를 원망하지도, 원망할 수도 없는 달팽이의 운명에는 인류 역사가 투영돼 있다. 인류에게 빈곤과 질병, 노화가 있고 전쟁과 테러, 천재(天災) 등이 따르니 말이다. 이 시 화자(話者)의 적확(的確)한 표현대로, 달팽이의 걸음은 진정한 오체투지이다. 삶의 무게를 안은 채 힘든 걸음을 걷는 아버지의 길, 그리고 사람의 길과도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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