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20대 총선이 있는 날이다. 유권자들에게 외면당하다 못해 천덕꾸러기가 된채 정치하는 그들만의 잔치처럼 보이던 4․13 총선이 있는 날이다. 이 선거처럼 유권자들의 관심 밖에 나 있던 선거도 드물다.내가 찍어봐야 대세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정치적 무력감도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정치나 후보에 대한 실망도 원인이다. 선거가 우리의 일상생활과는 전혀 연관을 갖지못한 먼 나라일로 보이는데 투표에 관심이 생기겠는가.선거가 의미를 갖는 것은 선택과 교체라는 장치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해 정치엘리트를 자유롭게 선택하고 교체할수 있기 때문에 생명력을 갖는다. 정치엘리트가 전횡(專橫)을 저지러지 못하고 부패를 자제하며 재임기간 업적을 생각하게 하는 동기는 바로 이런 국민의 선택을 의식하기 때문이다.이번 총선을 통해 드러난 우리네 민주주의의 자화상은 불안하기만 하다. 산업기반의 붕괴보다 두려운 것이 민주기반의 흔들림이다. 경제난을 격으면서도 우리를 버티게 해준것은 그동안 쌓아올린 굳건한 민주주의 버팀목이었다. 민주등불의 심지를 밝게 북돋워 주는것은 오직 국민의 건강한 민주주의 실천의지 뿐이다.선거는 당락의 결과 못지않게 공명정대한 과정이 중요하다. 올곶은 민주주의를 체득하는 산 교육장인 것이다. 그러기에 선거권은 성숙한 시민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다. 선거는 자라나는 세대에게 민주적 삶의 참모습을 보여주는 소중한 기회다.청소년들의 정신이 병들어 간다고 개탄하면서 지도자가 되겠노라고 나선 어른들 스스로가 마소나 인간이하로 추락한다면 민주전통을 이어받아야 할 청소년들이 본뜰 것이 무엇이 겠는가.후보들이 거침없이 시궁창 같은 말을 뱉어내는 것은 유권자를 두려워 하지 않기 때문이다. 두려움을 모르는 것은 착각속에 빠진 탓이다. 주민의 봉사자가 되고자 함을 잊고 있다. 상대 후보가 불구대천의 적이 아님도 잊고 있다. 철새 정치풍토에서는 그들이 언제 어디에서 다시 만나야 할지 모르는 일이 아닌가. 정책과 봉사를 위한 경쟁일 뿐 투표가 끝나면 툴툴털고 손을 잡아야 할것이 아닌가.그래도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아무래도 뽑을 후보가 없다”고 탄식하는 유권자는 괜찮다. 관심이 어느 정도는 있고, 그래서 투표소에 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선거에 아예 관심이 없고, 당연히 투표할 생각이 없다는 유권자이다. 이들은 뽑을 사람이 없는 게 아니라 누가 나왔는 지도 모르는 유권자이다. 이런 유권자에게 왜 신성한 의무를 저버리느냐고 나무랄 수만은 없다. 그동안의 정치가 낳은 불신이, 이번에 후보와 각 정당이 벌인 저질 선거전에 대한 혐오감이, 그렇게 만든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그렇다 해도 당신이 만일 그런 유권자라면 이렇게 간곡히 말해 줄 수 밖에 없다. “기권자가 당선자를 결정 합니다. 그러니 당신도 사실상 당선자를 뽑는 것입니다. 물론 최악의 후보를 뽑을 가능성이 높지만..”기권자가 많아 투표율이 저조하다면 돈과 고정표, 조직표가 많은 후보가 어부지리를 얻어 손쉽게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 능력있는 참신한 인물이 뽑힐 가능성이 낮아짐은 물론이다.이처럼 원치 않는 결과를 피하자면 투표에 참여해야 한다. 뽑을 후보가 마땅치 않다면, 안되겠다는 후보를 먼져 골라낸 뒤 차선의 선택이라도 해야 한다.우리는 지난 1948년 5․10선거부터 70여년 동안 되풀이해 온 민주심판에 다시 나선다. 70여년전 투표소의 휘장을 걷고 들어가 붓뚜껑을 거꾸로 쥐고 민주주의 첫발을 내딛던 그 감격과 떨림으로 투표장에 나가야 한다. 나라를 번창하게 하는 주인의 한표다. 한표의 힘을 지키는 시민만이 나라가 처한 두려움을 물리칠 힘을 준다. 선거를 외면하게 만든 정치풍토와 선거판의 폐습을 개선하는데 힘을 보태기 위해서라도 한표를 행사해야 한다. 뽑혀서는 안될 후보들이 당선되고, 그래서 정치발전이 더뎌지고, 결국 경제회복도 요원해지면 그 책임에서 당신만 벗어날 수는 없다.내 한표는 그냥 한표가 아니다. 내 한표들이 모여 힘을 발휘한다. 집에 배달된 선거공보를 찾아 한번 들여다 보자. 그리고 투표소로 가자. 심판할 대상을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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